혜인스님─참회하며 살자

참회의 의미

-혜인스님-

우리불교인은 오체투지(五體投地)의 절을 합니다.

왼쪽과 오른쪽의 팔굽, 외쪽과 오른쪽의 무릎, 그리고 이마, 이렇게 다섯곳을 바닥에 대고 절을 하기 때문에 오체투지라고 합니다.

이렇게 오체투지를 하는 까닭은, “존경하는 당신께서 밟고 다니는 땅에 몸을 던짐으로써 제 자신을 최대한 낮추옵니다” 하는 뜻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체투지의 자세에서 두 손바닥을 뒤집어 귀옆에까지 들어올리는데 이는 “당신의 두 발을 저의 두손 위에 얹어 머리 위로 받들어 모시옵니다” 하는 뜻이 간직되어 있습니다.

자신을 최대한 나추고 상대를 받드는 이 오체투지는 참회정신의 결정체이며, 우리가 기꺼이 오체투지를 할 수 있게 될 때 참회의 대상인 죄업들은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이제우리는 임오년의 설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불자들은 이 새해를 어떻게 가꾸고자 하십니까? 결심도 하고 발원도 하고 공덕을 가꾸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참회로써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회로써 마음 그릇의 묵은 때를 씻어내어 깨끗이 만든 다음 새 것을 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참회(懺悔)란 무엇인가? 참회의 참(懺)은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친다는 뜻이요, 회(悔)는 앞으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맹세의 뜻이 깃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참회를 하면 자연스럽게 지난 날의 허물을 녹임과 동시에 바르고 향상된 삶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참회의 방법은 크게 이참(理懺)과 사참(事懺)으로 나누어집니다.

이참은 이치에 맞추어 참회하는 것, 곧 마음으로 잘못을 수긍하고 반성하는 참회이며, 사참은 그 마음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참회법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봅시다.

다른 사람이 발을 밟았을 때 아, 내가 잘못했다고 느끼는 마음이 이참이요,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행동은 사참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이참과 사참이 함께 이루어질 때 온전한 참회가 가능해집니다.

그럼 무엇을 참회할 것인가? 몸과 말과 생각으로 지은 업을 참회해야 합니다.

번뇌속에 파묻혀 사는 중생은 알게 모르게 내뱉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통하여 죄업은 쌓아갑니다.

그리고 알든 모르든 지은 업에 대한 과보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듭니다.

때가 되면 실로 무섭게 우리를 몰아치는 것입니다.

곧, 자신이 지은 업에 의해 우리는 업에 맞는 국토와 사회와 가정에 태어나고, 일생동안 갖가지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게 됩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회를 통하여 지난 업을 녹이고, 생각과 말과 행동을 바르게 평화로운 쪽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잠깐 조용히 명상에 잠겨 보십시오.

인간이 짓는 죄업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

그 원인은 아주 복잡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오직 그릇된 한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이기적인 한 생각이 모든 죄업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제 이기적인 한 생각으로 인해 발생한 슬픈 실화 두 편을 살펴본 다음, 참회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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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여름, 경상남도 울주군에서 살았던 일흔 살의 노인이 자살을 하였는데, 그 사연은 참으로 기구한 것이었습니다.

그 젊은 시절, 아내는 다섯 살 된 아이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이웃의 권유로 재혼을 생각하였지만 곧 포기를 하였습니다.

후처로 들어오는 여인이 아들을 괄세하지나 않을까 염려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외로운 홀아비가 되어, 손수 밥을 지어 먹이고 빨래를 해 입히며 아들을 끔찍이 위해 주었습니다.

자신은 남의 헌 옷을 얻어 입고 거친 밥을 먹으면서도, 아들은 잘 먹이고 잘 입히며 대학을 졸업시켰고 장가까지 보내 주었습니다.

결혼을 한 아들은 집안의 재산을 자기 이름으로 등기를 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아들 내외가 금술 좋게 살면서 자신을 잘 봉양하였으므로 기꺼이 등기를 해주었습니다.

문제는 그때부터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재산을 처분하여 울산시의 아파트로 이주한 다음, 아버지를 골방으로 밀어넣고 용돈도 주지 않았습니다.

하루아침에 도시로 옮겨와 골방 신세가 된 아버지는 홧병을 얻게 되었고, 나날이 쇠약해졌습니다.

어느 날 병든 몸으로 골방에 누어있던 아버지는 안방에서 나누는 아들과 며느리의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고려장이라는 것이 있어 칠십 살이 되면 산에다 버려 죽게 하였다는데, 우리 아버지는 왜 빨리 죽지 않고 병까지 들어 돈만 자꾸 축낼까?”

“글세 말이예요.

원, 영감님도.”

그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찟어질 듯하면서 눈물이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리고는 한 생각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내 손으로 내 목숨을 끊으리라.”

결심을 굳힌 아버지는 삽을 들고 부모님의 묘소로 올라가 엉엉 소리내어 실컷 울었습니다.

그리고는 삽으로 한몸을 눕힐 만한 크기의 구덩이를 판 다음, 소나무 가지를 꺽어 바닥에 덮고 그 위에 비닐을 깔고 다시 흙을 덮었습니다.

마침내 스스로판 무덤 속으로 들어간 아버지는 농약을 마시고 반듯하게 누워 죽었습니다.

그때의 아버지 나이는 일흔이었습니다.

아들과 며느리는 아버지가 집을 나간지 5일이 되어서도 찾지를 않았으며, 아버지의 형님 되시는 분이 성묘하러 갔다가 구덩이 속에 반듯이 누워 죽어있는 동생을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그 일이 있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은 교통사고로 불구가 되었고, 며느리는 불구의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고 먹여살리느라 지금껏 갖은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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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경상남도 양산에서 남편 몰래 바람을 피웠던 한 여인이 일으킨 사건입니다.

정부(情夫)와의 관계가 불꽃과 같이 타오른 그녀는 남편이 눈엣가시처럼 거슬렸습니다.

정부와 마음껏 놀고 싶은 마음만큼 남편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애욕의 불은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켰고, 정부와 함께 살기 위해 급기야는 남편을 제거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날 저녁 남편이 돌아오자 그녀는 애교 띤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여보, 내일은 소풍 겸 산에 도토리를 주우러 가요.

동동주도 넉넉히 준비해서요.”

남편은 “조아라” 하였고, 이튼날 산으로 가서 함께 도토리를 열심히 줍던 그녀는 남편에게 청했습니다.

“목마르실 텐데 동동주 한잔 드세요.”

땀을 훔치며 아내가 건네 주는 동동주 한 사발을 단숨에 들이킨 남편은 그 자리에서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 했습니다.

“으, 이 술이 이상해.

속이 찟어질 것 같아! 여보, 제발 날 좀….

으으, 날 좀 살려줘”

온몸을 뒤틀며 괴로워 하는 남편을 냉정히 보고 있던 그녀는 가방에서 망치를 꺼내어 남편의 머리를 내리 쳤습니다.

술에 탄 농약으로는 안심을 하지 못해 망치까지 사용한 것입니다.

마침내 남편은 부르르 몸을 떨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는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죽지 않았습니다.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서 어떻게 하던 살아야 한다며 정신을 차렸고, 가까이에 있는 계곡으로 엉금엉금 기어가 하염없이 물을 들이키고 또 들이켰습니다.

그리고 한밤중이 되어 마을까지 기어내려간 그는 길가던 사람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하였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그는 경찰에 신고하였고, 경찰이 부인에게 거짓 사망소식을 알리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왔습니다.

거짓 곡성(哭聲)에 거짓 눈물까지 담고서……

현재 그녀는 감옥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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