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스님─양심이 진정한 업경대이다

양심이 진정한 업경대이다

-지안스님-

업을 참회하지 않는다면 거울에 형상처럼 나타나

며칠 전 제10교구본사 은해사 성보박물관에 들러 유물을

관람하고 왔다.

여러 가지 유물 가운데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이 업경대라는 유물이다.

꼬리를 치켜든 사자상 위에 불꽃을 위로 달고 있는 타원형의

진기한 유물이다.

업을 비춰본다는 이 거울은 원래 염라대왕이

있는 명부에 있다는 거울이다.

때로는 거울이 돌면서 비춘다

하여 업경륜(業鏡輪)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갔을 때 염라대왕이 이승에서 지은 인간의

죄업을 심판한다고 하는 설은 중국의 도교사상에서 해 온

사후의 이야기가 불교에 흡수, 지장신앙등과 연결된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으나 고대 인도에서도 이미 업경대의

이야기는 있었다.

중국의 현장법사가 인도에 가 있을 때 바라나국의 어느

절에서 돌기둥으로 되어 있는 업경대를 보았다는 기록이

(대당서역기)에 나온다.

업이란 사람이 하는 행위를 두고 하는 말로 범어 ‘까르마

(karma)’를 번역한 말이다.

사람이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그

행위가 다음의 과보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

업을 도덕적인

성질로 구분하여 선업과 악업으로 나누며 다시 이 업의 성질에서

인과관계가 성립된다.

식물이 종자에 따라 제 싹이 나는 것처럼 업이 종자가 되어

그에 상응하는 과보가 온다는 말이다.

이른바 선인선과

(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의 인과가 일치된다는 말인데

이는 곧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우리 속담의

뜻과 같다.

가령 악업을 많이 지은 중생이 있을 때 그는 사후의 고통이

가장 극심한 지옥으로 가게 되는데, 업경대 앞에 서서 생전에

지은 죄를 염라대왕 앞에 자술하게 되고 이것을 두루마리에

적어 자술한 죄목에 대한 량을 저울에 달아 어떤 지옥의

고통을 받느냐고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다분히 권선징악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말로 사람이 살면서 나쁜 죄업을 지으면 안 된다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지은 업을 다음 생의 자기 자신에게

상속시키는 존재다.

내가 지은 업은 영원한 내 소유가 되어

세세생생을 함께 하게 된다.

따라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내 업 밖에 없다.

초기불교에서는 지은 업은 백천 겁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대승불교의 후반에 와서 새로운 방편설이 등장해 업도

소멸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참회설(懺悔說)이

나오고 부터이다.

가령 내가 과거에 지은 나쁜 업이 있을 때

이 나쁜 업을 소멸시키기 위하여 수행을 하면 내 삶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는 업장(業障)이 소멸된다는 것이다.

마치

분필로 칠판에 쓴 글씨를 지우개로 지울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지은 업을 수행을 통해 참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회는 쉽게 말해 간절히 후회하며 죄의 용서를 청한다는

뜻이다.

업경대에 업이 비춰진다는 것은 업을 참회하라는

메시지를 갖고 있다.

참회하지 않을 때 자기가 지은 업이

거울에 나타나는 형상처럼 명확해 지은 업에서 도망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경대는 꼭 저승에 있는 거울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죽어 저승에 가지 않아도 누구나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보면

잘못된 업은 그대로 드러나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양심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업경대이다.

[불교신문]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