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白隱)선사와 문수(文殊)보살
법륜스님
백은 선사께서 어느 추운 겨울날에 큰 절의 초청을 받아 법문을 해 주시고 돌아 오는 중이 었는데 길가에 헐벗고 남루한 옷차림의 문둥병 환자가 떨고 있었다.
그 순간 하도 불쌍하고 보기에 딱하여 자신이 입고 있던 누더기를 벗어 주면서 그에게 입혀 주었다.
그러나 문둥이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아무런 한마디의 말이 없었다.
그래서 선사는 그에게 말 했다.
” 이 사람아! 남의 신세를 짓고 도움을 받았으면 고맙다는 인사나 무슨 표정이라도 지을 일이지 어찌 그러한가? “ 하였다.
그러자 그 문둥이가 말하길.
“여보시오 대사! 내가 옷을 입어주었으니 문동이님! 보시를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는 말이나 아니면 표정 이라도 좀 지어야 하지 않겠소.
“ 하며 도리어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이 순간 백은 선사는 그만 땅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올리면서 “아직도 소승의 수행이 모자라 성현을 몰라 뵈었습니다.
거룩한 깨우침에 감사드립니다.
“하며 고개를 들고 일어나보니 문둥이는 온데간데 없고 아름다운 연꽃 한 송이가 그 자리에 피어 있었다.
그제서야 백은 선사는 그 문둥이가 바로 문수보살이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한 번 무주상 보시에 대한 참뜻을 깨달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