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음을 내려놓으세요
-월호스님-
〈디 아이(The Eye)〉란 영화에서 보면,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어린 학생이 사람들에게 계속 나타나 묻습니다.
“제 성적표 못 보셨어요?” 성적표를 잃어버렸지만 부모가 이 말을 믿지 않고 혼내며 다그치자,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자살한 학생이 계속 그 자리에서 맴돌며 묻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말합니다.
“돌연사나 급사를 하면 죽음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기에 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이승을 떠돌지요.
심지어 떠나길 거부하는 혼령들도 있어요.
생전에 못 푼 문제 때문입니다.
그걸 풀어줘야만 이승을 떠납니다.” 얼마 전 사이판에서 우리나라의 탤런트가 화보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한 무리의 군인들이 무장을 한 채 행군 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이를 궁금히 여겨 촬영이 끝나고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현재 그곳에는 군인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과거 태평양 전쟁 당시 사망한 군인들의 모습이 아직도 가끔씩 나타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몇 해 전 쓰나미로 대형참사를 겪은 태국의 푸켓 해변 에서도 이러한 일이 자주 벌어진다고 합니다.
해변에 외국인 남녀 관광객의 모습이 자주 출몰하며, 택시를 세워 국제공항으로 가는 도중 사라지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말을 듣고 과학적 근거가 없는 황당무계한 일 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도 무언가 한 가지 문제에 마음이 꽉 맺혀있으면 거기서 떠나지 못합니다.
하물며 죽은 사람은, 그것도 이승의 문제를 다 풀지 못하고 억울하게 이 세상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은 오죽 하겠습니까? 그들은 몸이 없기 때문에 더욱 쉽게 마음 가는 곳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불가에서는 이러한 영혼들을 달래주기 위해 독경이나 염불, 법문을 하곤 하지요.
또한 영혼에게 무상의 진리를 말해주어 생사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해탈하도록 기도해 주곤 합니다.
이 세상에 와서 맺힌 것 없이 다 풀고 가십시오.
이해하고 용서하십시오.
그 모든 것들 것 내려놓으십시오.
근심과 걱정을 놓아주십시오.
근심과 걱정을 놓아 줄 때, 비로소 우리 몸의 딱딱한 것은 다 땅으로 돌아가고, 수분은 다 물로 돌아가고, 더운 기운은 불로 돌아가고, 움직이는 기운은 바람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자연 그 상태로 말입니다.
죽음이란 이렇게 우리가 왔던 그 곳으로 돌아가는 것 입니다.
무엇도 남겨 놓지 않고, 홀연히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입니다.
러한 사라짐 앞에서 우리는 무엇에 집착할 게 있겠습니까? 만, 완전히 연소되어 그 재마저 사라질 수 있도록 지금 여기의 삶을 불태우면 될 뿐입니다.
지금 여기, 우리 앞에 존재하는 시간들을 완전히 연소시킬 수 있도록 하십시오.
어떤 후회나 집착이 남겨지지 않도록 말입니다.
불태우십시오.
당신의 삶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