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각스님─수행자에게는 내일이 없다

수행자에게는 내일이 없다

-진각스님-

“수행자에게는 내일이 없다.” 오직 “지금·여기”가 있을 뿐이다.

내일이나 모레를 기약해서는 안된다.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깨어있는 정신으로 직시하면서 묵묵히 코끼리 걸음으로 걸어가라.

“지금·여기”가 바로 삼천대천 세계의 근본자리이며, 바로 오늘이 부처님 오신 날이자 영겁의 시간을 머금고 있는 자리이다.

고로 올바른 신행을 하는 사람은 하루 하루 순간 순간을 그대로 영원이요 무한의 시간으로 살아간다.” “지금·여기가 그대로 도량이다, 자성이 그대로 사찰이다.

세속을 떨치고 입산해야만 입산이 아니고 몸을 일으켜 집을 떠나야만 출가가 아니다.

마음의 산, 마음의 도량으로 입산하고 출가해야 한다.

밖으로 끄달리고 집착하는 마음을 거두고 내면으로 향하는 것이 그대로 귀의이다.”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 즉,가정 직장 학교가 그대로 여래의 처소이다.

“여기” 우리가 머물고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정토요 구경열반의 자리이다.

따라서 나의 발길이 닿는 곳, 내 손길이 미치는 곳마다를 여래의 처소로 알고 청정하게 한다면 따로이 불국정토를 찾지 않아도 앉은 자리가 그대로 정토가 된다.

“지금” 우리가 숨 쉬고 느끼고 말하고 보는 이 순간이 바로 영겁의 시간을 머금고 있는 순간이다.

우리는 시간이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흘러간다고 생각하지만 흐르는 시간은 없다.

오직 지금이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지금 속에 수억겁의 과거와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래가 함께 한다.

따라서 “지금”에 2천5백여년 전 부처님 오신 날이 함께 하고 아득한 훗날이라는 미륵부처 오실 날이 함께 한다.

따라서 바른 수행자라면 누구나 “지금·여기”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야 한다.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

자기가 할 수 있고 바라마지 않는 이상의 삶을 일구어 가야 한다.

내일은 없다 모레도 없다는 생각으로 “지금·여기”에 혼신의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삼매의 경지를 이뤄내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청정한 삶을 가꾸어야 한다.

“지금·여기”를 소홀히 하면서 내일을 기약하고 모레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것은 다만 망상일 뿐이고 자기를 속이는 일이 될 뿐이다.

비단 수행자가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지금·여기”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씨앗을 뿌리지 않는다면 그가 거둘 수 있는 열매도 결코 최선의 것일 수는 없다.

선한 일엔 선한 과보가 따르고 악한 일엔 악한 과보가 절로 따르듯이 지금 여기서 한 일은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내게 결과로 다가오게 되어있다.

그것은 필연이다.

필연일진대 내 운명을 탓하고 남을 탓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그런 이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내 탓으로 받아들여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바로 “지금·여기”가 근본자리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내 속에는 수억겁 거쳐오는 동안에 쌓아 올린 업의 뭉치가 들어있다.

과거라는 시간의 역사가 지금의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짓는 삼업이 미래라는 시간의 긴 흐름속에서 상황에 따라 그때 그때 내 앞을 가로 막고 나타나게 된다.

미래가 지금 나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여기”를 외면하고 무엇을 기약하려 하는가.

오로지 지금 여기에서 여래와 함께 하는 삶을 살아야만 바르게 사는 길이 된다.

지금 여기에서 여래에 귀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참다운 귀의도 아니요 귀의 그 자체일 수도 없다.

바른 수행자는 그래서 하루살이로 산다.

찰나주의나 향락주의는 아니다.

하루 하루 순간 순간을 지극한 사무침 속에서, 오로지 내게 다가온 상황에 하나로 녹아들면서, 일체의 집착을 놓아버린채 산다.

거기엔 여한도 기대도 우려도 두려움도 없다.

오직 행동이 있을 뿐이다.

경계와 하나된 삼매가 있을 뿐이다.

자신을 돌아다 보라.

지금 이 순간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라.

여래와 함께 하고 있는가.

집착을 버린 순수 그 자체로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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