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운스님─온 몸이 자비에 잠길 때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온 몸이 자비에 잠길 때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지운스님

저는 강단에서 강의를 하는 강사인데 어떻게 수행에 대해 이야기 하는가 하며 여러분이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는 수행법은 자비수관이라는 명상법입니다.

불교의 수행법은 다양하고 많습니다.

자비수관만이 결코 유일한, 최고의 수행법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자비수관이라는 수행을 통해 다른 모든 수행의 원리를 알고 각 개인이 현재 하고 있는 수행에 대해서도 그 원리를 명확히 알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자비수관은 재가자들을 위한 수행법입니다.

자비수관은 깨달음으로 가는 여러 길 가운데 하나이며 모든 수행을 할 수 있는 기초 수행법입니다.

오늘은 여러분에게 자비수관의 원리에 대해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자비손과 정념이 두 방편 자비수관은 자비심을 바탕으로 하는 수행법입니다.

이 수행에서는 자비수와 자비관이라는 두 개의 방편을 씁니다.

‘자비수’라는 것은 자비의 손을 말하는데 이는 자비심의 다른 이름입니다.

자비관은 관(觀), 정념(正念)의 다른 이름입니다.

수행에는 관찰대상이 있기 마련인데 여러분들이 많이 들어본 것으로 신수심법이 있습니다.

몸, 감각, 마음, 그리고 마음의 현상을 관찰대상으로 삼는 것입니다.

초기불교에서부터 수행에서의 관찰 대상은 이 네 가지였습니다.

이는 대승에 와서도 그대로 이어져 사념처관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남방불교에서는 사념처 가운데 몸 관찰을 주로 합니다.

몸을 통해서 감각과 마음과 마음의 현상들이 다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자비수관도 몸을 주 관찰 대상으로 하며 몸을 통해 나타나는 감각 마음과 마음현상을 관찰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두 가지 방편이 자비수와 관입니다.

몸의 다섯 현상 삼법인으로 관찰 자비손이 몸에 영향을 주면 몸에는 다섯 가지 현상이 생기는데 흙, 물, 불, 바람, 허공 이라는 다섯 가지 원소가 나타납니다.

이 다섯 가지 현상을 다시 관찰하면 세 가지 현상이 나타나는데 그것이 바로 무상, 고, 무아의 삼법인(三法印)입니다.

몸 관찰을 통해 일어나는 다섯 가지 현상을 무상, 고, 무아의 세 가지로 관찰하는 것이 ‘관’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자비수와 관은 서로 돕는 관계입니다.

삼법인을 잘 관찰하면 무상은 무상해탈을, 고는 무언해탈을, 무아는 공해탈을 얻게 됩니다.

이것이 자비수관의 골격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의 깨어남입니다.

의식을 깨우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수행 주체는 의식인데 삼법인을 관찰하면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하면 의식이 지혜로 바뀌게 됩니다.

『원각경(圓覺經)』 보안보살장(普眼菩薩章)을 보면 4대가 마음을 형성한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사대가 마음을 형성하는 가는 논서를 보면 흙은 자만심, 물은 분노, 불은 탐욕, 바람은 질투를 일으키고 허공은 무지를 일으킵니다.

허공이 무지를 일으킨다는 것은 능엄경에 나타나있습니다.

4대 또는 허공을 포함한 5대 원소가 심리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입니다.

흙의 요소는 딱딱한 부분인데 몸이 굳어있는 사람은 대부분 자만심, 고집, 자존심이 강한 사람입니다.

물은 분노를 일으키는데 물의 요소는 주로 음식물입니다.

맵고 짠 음식 혹은 고기 등이 물의 요소로 이러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노를 일으키기 쉽습니다.

불의 요소는 탐욕을 일으키는데 불은 모든 것을 다 집어 삼기는 성질, 소유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람의 요소는 질투를 일으킵니다.

허공은 아무것도 잡을 것이 없기 때문에 허공에 안주하게 되면 무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비심으로 영향을 주면 흙, 물, 불, 바람, 허공이라는 원소가 직접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됩니다.

세포의 기억이 습관-중독의 원인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후 외상은 다 낳았는데도 계속해서 몸이 아픈 경우가 있는데 이를 외상후스트레스장애증후군이라고 해서 일종의 정신질환입니다.

총기난사, 테러, 전쟁 등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고 협소공포증, 고소공포증, 협소공포증 등도 이런 일종입니다.

이런 병들은 몸이 어떤 현상,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이러한 질병들은 일종의 습관성인데 습관이라는 것은 몸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이는 몸이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몸은 아는 성질이 있는데 이 몸에서는 반성적 사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세포 하나하나가 과거의 정보를 갖고 있고 새로운 정보를 계속해서 입력하게 됩니다.

몸이 알고 있는 정보는 곧 세포에 저장돼 있는 정보고 이 정보는 새로운 세포에게 로 계속해서 상속됩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증후군 뿐 아니라 여러 습관, 중독, 도박 등도 그렇게 해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비수관은 이 몸의 체계를 바꾸는 것입니다.

자비수관 수행을 통해 몸, 몸을 구성하고 있는 5대에 자비심을 불어넣게 되면 5대의 기운이 새롭게 생성되고 새롭게 생성된 기운으로 새로운 세포를 구성해 기존의 정보, 습관을 없애게 되는 것입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자비심, 자비수입니다.

이것이 자비수관의 원리입니다.

자비수관 수행을 하면 몸이 소멸하고 마음이 소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몸이 사라지고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죽음의 과정인데 죽지 않고서도 수행을 통해서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몸 없는 상태를 유지하면 의식이 변화를 일으켜 탐진치를 없애고 마음의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수행이 시작됩니다.

몸이 소멸하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수행의 시작입니다.

물론 몸이 소멸했다고 해서 아주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형상은 조건에 따라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이므로 몸이 소멸한 상태에 있다가도 ‘탁’ 하고 누가 치면 다시 생겨납니다.

다만 몸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몸 소멸을 통해서 모든 것이 심리현상, 마음의 현상이구나, 보이는 이 세계도 마음의 현상일 뿐이라는 점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몸 소멸이 모든 수행의 시작 자비심은 몸이 알고 있는 앎의 체계를 바꿔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를 통해 마음의 체계를 바꿔주는 것입니다.

자비심을 통해 몸의 체계를 바꾸고 관(알아차림)을 통해 과거는 없고 순간만이 있음을 명확하게 깨달아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습관적인 것들이 사라져 간다면 수행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수행의 원리는 몸과 마음이 상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마음이 몸에 영향을 주면 몸은 변화를 일으키게 됩니다.

마음이 어떤 상태냐에 따라서 몸이 변화하는 것이지요.

여러분도 꾸준히 수행해서 몸과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시기 바랍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이 법문은 서울 강남 봉은사가 기획한 수요야간법회 ‘동화사 강주 지운 스님의 자비수관’ 중 9월 6일 법왕루에서 봉행된 입재 강좌를 요약 게재한 것이다.

지운 스님은 1991년 강백 운성 스님에게서 전강 받았다.

조계종 행자교육원 교수사, 조계종 교재 편찬위원을 역임했다.

1993년부터 2002년까지 승보종찰 송광사 강원 강주를 역임했다.

현재 조계종 단일계단 교수사이며 동화사 강주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저서로『찻잔 속에 달이 뜨네』 『몸과 마음이 사라져가는 여행』 『깨달음으로 가는 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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