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여스님─맑고 향기롭게

맑고 향기롭게 /

무여스님

‘불교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불교는 상구보리(上求菩提)하고 하화중생(下化衆生)하는 것이다’고 대답합니다.

위로는 보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입니다.

곧 위로는 가장 바르고 곧은 깨달음[無上正等覺]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는 동시에,

아래로는 보살의 마음으로 중생을 교화하여 다함께 부처님의 깨달은 경지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과거 일곱 부처님께서 공통적으로 경계 하여 말씀하신 칠불통계게(七佛通誡偈)로 불교를

정의하기도 합니다.

모든 악을 짓지 말고 갖가지 선을 받들어 행하면서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이 하라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니라.

諸惡莫作 衆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 곧 모든 악을 짓지 않고 여러 가지 선한 일을 실천하 면서 자기의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많은 분들이 보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불교의 가르침인 ‘상구보리 하화중생’과 ‘칠불통계게’ 속에 ‘맑고 향기롭게’ 사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곧 상구보리(上求菩提)하고 자정기의(自淨其意) 하는 삶이 바로 ‘맑게’사는 길이요, 하화중생(下化衆生)하고 제악막작 중선봉행(諸惡莫作 衆善奉行)하는 삶이 바로 ‘향기롭게’ 사는 길이 됩니다.

또 맑고 향기롭게 사는 것은 복과 지혜를 함께 닦는다는 복혜쌍수(福慧雙修)의 의미도 간직되어 있습니다.

모든 악을 짓지 않고 여러 가지 선한 일을 하는 것, 또 보살 의 마음으로 중생을 교화하는 것이 바로 복을 짓는 길 입니다.

그런가하면 보리를 구하면서 자기의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은 지혜를 밝히는 길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복혜쌍수의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사람은 복과 지혜를 겸수해야 합니다.

주위를 돌아보십 시오.

어떤 사람은 복 많은 집에 태어났으나 지혜가 부족하여 제대로 살지 못하는가 하면, 반대로 지혜는 밝은 것 같은데 복이 없어서 힘들게 사는 분이 있기도 합니다.

복혜쌍수! 모름지기 사람은 복과 지혜를 함께 닦아야 인간으로서의 무난한 일생을 살아갈 수 있으며, 이를 일러 ‘맑고 향기롭게’ 사는 인생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럼 ‘맑다’는 것은 어떠한 경우를 일컫는 것인가? 어느 정도 수행이 잘 되어 번뇌망상이 없어진 상태입 니다.

마음속에 들끓던 번뇌망상이 사라지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고요하면 맑아집니다.

맑아지면 몸과 마음 이 아주 편안해지면서 묘한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상태가 되면 삶에서 진정한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됩니다.

‘아, 이것이 행복이구나.

이 이상이 없구나.’ 이러한 행복과 수행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며 사는 삶이 ‘맑게’입니다.

‘향기롭다’는 것은 수행을 잘 하여 자연스럽게 서서히 부처님의 모습을 닮아가는 삶을 이르는 것입니다.

부처님 경전을 보면 아주 훌륭하고 거룩하고 존경스러 운 부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 경전을 읽으면 읽 을수록 부처님을 점점 더 깊고 진하게 느낄 수 있습니 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거룩하고 훌륭하고 존경스러운 부처님의 모습을 서서히 닮아가는 ‘나’를 발견하게 됩 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불자의 향기로운 모습이요, 그렇게 될 때 우리의 모든 삶에서 향기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월간 [법공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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