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장스님─부처님이 그리워서

부처님이 그리워서 전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

사바세계의 교주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멸도(滅度)하신 후 부처님의 진상(眞相)이 점점 멀어져가니 세상에서 인연 중생이 원력을 세워서 부처님의 거룩하신 상을 지극한 정성으로 조성하여 모시게 된 것입니다.

그 덕분에 제자들이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부처님의 상에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고, 그 선업으로 인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게 되었으니 이로써 부처님의 형상을 통하여 우주에 가득하시어 아니 계신 곳이 없으시며 이름 지을 상이 없으신 부처님의 실상을 뵙게 되었고 아무 말씀이 없으신 부처님의 상을 통하여 일체 세계의 진리의 말씀을 가슴 깊이 듣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상(像)을 모시는 것은 상이 있는 도리에서 상이 없는 도리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불에도 타고 물에도 풀어지고 용광로에도 녹고 세월에 무너지는 유형의 부처님 상에 예경한 인연을 통해 원히 변치 않는 광대묘용한 무형의 부처님의 위신력의 세계에 들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실상이며 변치 않는 근본성품(根本性品)을 우리의 마음속에서 깨달아 중생이 본래 부처님임을 알고 오늘 성상의 부처님을 조성하여 모시는 인연을 계기로 각자 자신을 부처님으로 조성하여 가는 불사를 발원하여야겠습니다.

오늘이 부처님을 봉안하여 모신 불사의 회향일이 아니라 대중 모두 부처님으로 조성되는 성불기도의 입재일로 맞이하였으면 합니다.

유상(有相)을 통해 무상(無相)으로 가는 이치를 명백히 깨달아 앞으로 이 대웅전에 오셔서 참배하시는 분들은 거룩하신 성상 앞에서 정성을 다하여 선연을 맺고 공덕을 짓고 발심(發心)하고 정각(正覺)에 이르기 위하여 정진하여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부처님의 성상을 처음 조성하여 모신 내역이 조상공덕경(造像功德經)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데, 시간상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루는 제석천(帝釋天)이 부처님께 도리천(忉利天)에 오르시어 여름 석 달을 지내시면서 어머니이신 마야왕비(摩耶王妃)를 위하여 설법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청하니 부처님께서 이에 응하시어 도리천으로 올라가셨습니다.

그때에 평소 부처님을 잘 모시던 우전왕(優塡王)이 부처님을 그리워하여 매일 목마르게 하늘을 우러러 보았으나 뵐 수가 없자 나라 안의 훌륭한 장인(匠人)에게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케하여 모시고 예배공양하려 하니 이에 비수갈마천(毘首羯磨天 : 제석천의 신하로 공작을 맡은 신)이 장인으로 변화하여 “내 솜씨가 세상에서 제일이다.”라고 하자 왕은 곧 향나무를 택하여 스스로 어깨에 메고 천장(天匠)과 더불어 도끼로 나무를 쪼개니 그 소리가 위호 삼십삼천(三十三天:도리천)에까지 뻗쳐 부처님의 회상에 이르렀습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여러모로 왕의 공덕을 찬탄하시고 멀리서 보리(菩提)의 수기를 주셨으니 이로 인하여 이 세상에 부처님의 성상이 모셔지기 시작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성상을 모신 공덕에 대하여 제석천에게 말씀하시기를, “누구든지 나의 형상을 칠보, 놋쇠, 붉고 흰 동, 백철, 납, 주석, 철, 나무, 진흙으로 조성하거나 아교, 채색으로 장엄하기를 스스로 했거나 남을 시켜 했거나 모두 불도를 이룬다.

심지어는 동자의 유희나 풀, 나무, 붓, 손톱을 가지고 불상을 그린 사람도 불도를 이룬다.”고 하셨습니다.

또 관불삼매경(觀佛三昧境)에서는 우전왕이 쇠를 녹여서 부처님의 성상을 조성하였다고 되어 있는데, 부처님께서 쇠불상을 보고 우전왕에게 말씀하시기를, “너는 내세에 크게 불사를 지으리니 내가 멸도 후 나의 모든 제자들을 너에게 부촉한다.

만약 어떤 중생이 나의 형상을 조성하고 여러 가지로 공양을 올린다면 그 중생은 후세에 반드시 염불청정삼매(念佛淸淨三昧)를 얻으리라.”고 하셨으니 부처님의 성상을 조성하여 모시고 공양을 올린 공덕에 대하여 무딘 제 재주를 가지고 어찌 다 설명드릴 수 있겠습니까? 누구든지 부처님의 성상을 조성하여 모시면 항하사겁(恒河沙劫)의 생사의 죄를 멸하고 미래에 미륵부처님의 처음 회상에서 모두 해탈을 얻을 것이고 세세생생에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천상 인간 중에 태어나면 금색신(金色身)을 받고 제왕이나 천주(天主)가 된다고 하시며 축생이라도 부처님 상에 엎드려 절하면 해탈을 얻는다고 하셨습니다.

축생에 대하여 예를 들어 말씀드리자면 부처님 당시에 해율제일(解律第一)인 교범바제(憍梵婆提)스님은 전생에 소의 몸이셨을 때 물과 풀을 구하러 다니다가 정사(精舍)를 우측으로 돌았는데 이 때 부처님의 존귀하신 용모를 뵙고 환희심을 내어 절을 한 그 복으로 인하여 해탈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거룩한 인연입니까? 어리석기 짝이 없는 축생도 이런 복락을 누리거늘 사람이 신심을 내어서 정성을 다해 부처님의 성상을 조성함에 있어 그 공덕을 어찌 다 말로 옮기겠습니까? 저 수(隋)나라 때 응관사(凝觀寺)의 법경스님(法慶大師)은 개황 3년에 높이가 한 장 육척(一丈六尺)되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조성하시다 완성치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법경 스님이 돌아가신 날 먼저 돌아가신 대지 스님(大智大師)이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서 말씀하시길 “내가 염라대왕 앞에서 법경스님을 보았는데 그 때 법경 스님이 조성하시던 석가모니 부처님상이 계단에서 내려 와서 예를 올리는 염라대왕에게 ”법경스님이 나를 조성하시다가 아직 마치지 못했는데 어찌하여 죽게 하였는가?“하시니 염라대왕의 좌우에 신하들이 ”법경 스님의 수명은 아직 마칠 때가 안 되었으나 먹을 복이 다하였습니다.

“하니 이에 염라대왕이 명하되 ”법경 스님에게 연꽃 잎을 주어서 그 복된 일을 마치도록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법경 스님이 다시 살아나셨는데 저승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하시는 것이 대지 스님과 똑같았으며 그 후 법경 스님은 공양하실 때에 연꽃잎으로 만든 음식 외에는 목에서 내려가지 않아서 연꽃잎만을 잡수시며 석가모니 부처님상을 원만히 조성하여 모시고 수년을 더 사셨다고 『법원주림(法苑朱林)』이라는 책에 실려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생사를 초월하신 분이시기 때문에 그 성상을 조성하는 사람도 불생불멸의 존재로서 영원한 생명이신 부처님을 믿고 정성을 다하여 조성에 임하면 그 공덕으로 자신의 생사도 초월할 수 있는 불가사의한 가피가 있다는 것을 법경 스님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호력에는 예와 지금이 없고 이곳과 저 곳이 없으니 과거 수나라 법경 스님에게 있었던 가피가 지금 우리에게 없을 수는 없을 겁니다.

우리도 대원력(大願力)을 세우고 정성을 다하여 불사에 임하면 우리의 안목(眼目) 으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신통의 세계가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석가모니 부처님상을 모시면서 이 거룩한 불사를 통해서 진실한 부처님 의 상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서 세세생생 부처님의 세계에 태어나야겠습니다.

끝으로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 제자들에게 부처님을 모시는 공덕에 대하여 하신 말씀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며 정성으로 예배하면 다섯가지 공덕이 있다 하셨으니, 첫째는 얼굴이 단정해지고, 둘째는 음성이 맑고 청아해지며, 셋째는 부귀하게 되고, 넷째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며, 다섯째는 목숨을 마치면 하늘에 태어나게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 이유로는 부처님 모습을 뵙고 환희하는 마음을 가지기 때문에 얼굴이 단정해지고, 부처님께 귀의하고 찬탄하기 때문에 목소리가 곱고 청아하게 되며, 부처님을 뵐 때 꽃과 향 등불로 공양을 올리기 때문에 부귀하게 되며, 부처님전에 겸허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예배하며 마음에 집착을 버렸기 때문에 좋은 집과 하늘에 태어난다고 하셨습니다.

거룩하신 석가삼존상(釋迦三尊像)을 조성해 모시고 점안식에 동참하신 여러 불자님께서는 이 무량한 공덕을 지은 인연으로 모든 업장을 소멸하시고 속히 성불하십시오.

성불합시다.

– 석가삼존상 점안식 에서 –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9월 11일 새벽 입적하시기 전 시자 진광 스님의 요청에 따라 평소 법문 시 불자들에게 즐겨 하시던 말씀을 글귀로 남겼다.

법장 스님이 시자 스님의 노트 뒷장에 친필로 남긴 내용은 다음과 같다.

我有一鉢囊 나에게 바랑이 하나 있는데 無口亦無底 입도 없고 밑도 없다.

受受而不濫 담아도 담아도 넘치지 않고 出出而不空 주어도 주어도 비지 않는다.

법장 스님은 또 시자 스님을 비롯한 후학들에게 “크게 한 소리 버럭 지르매 다시금 별스러운 의심이 없음이로다.

그르쳐 가지 말고, 그르쳐 가지 말지어다”라고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엄히 경계하는 말씀을 남겼다.

조계종 총무원은 총무원장 권한대행 현고 스님의 담화문 발표와 함께 법장 스님이 남긴 이 같은 친필 유훈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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