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중생 구제 서원 담겨
읽기만 해도 업장소멸, 탐욕제거 공덕
자비와 기쁨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하나는 받는 입장에서의 자비와 기쁨이고, 다른 하나는 주는 쪽에서의 자비와 기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받기만 하는 자비와 기쁨은 조금씩 조금씩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고, 또한 받을 것을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괴로움으로 변해버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베푸는 자비와 기쁨은 그 자체가 욕심의 소멸이기 때문에 그것은 마치 퍼낼수록 맑게 고여드는 샘물처럼 정신적인 넉넉함이 생겨납니다.
이 베푸는 자비를 기꺼이 실천하고 계시는 분이 바로 지장보살이십니다. 대승불교에 출현하는 그 많은 불보살들 가운데 지장보살은 관세음보살과 함께 우리들에게 아주 친근한 보살이지요.
관세음보살처럼 화려한 모습은 아니시지만, 단정한 사문의 모습에다 한 손에는 석장(錫杖)을 들고 내임(來臨)하시는 그 모습이 우리들로 하여금 더욱 친밀감을 더해 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장보살은 모든 지옥에서 마지막 한사람의 중생도 없게 될 때까지 자신의 성불을 뒤로 미루어 두고 오직 중생구제만을 위하여 헌신하시는 분입니다.더구나 지장보살님은 지옥문 앞에서 중생들이 생전에 지은 죄업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안쓰러워서 울고 계신다고 합니다.《지장경》은 바로 이러한 지장보살님의 서원을 적어놓은 경전입니다.
이 경전의 갖춘 경명(經名)은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이고, 경전 자체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른 이름도 3가지나 있습니다. 《지장본원(地藏本願)》과 《지장본행(地藏本行)》 그리고 《지장본서력경(地藏本誓力經)》이 그것입니다.
위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장경》에는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겠다는 본원과, 백천만억의 위신력으로 중생들을 구원하고 있는 본행, 그리고 미륵불이 출현하실 때까지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겠다는 본서력 등의 의미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이 경전의 구성과 내용을 말씀드리지요.
전체는 2권 13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품(序品)에 해당하는 ‘도리천궁신통품(도利天宮神通品)에서는 문수보살이 상수가 되어 부처님께 지장보살은 어떠한 인연으로 그러한 서원을 세우게 되었는지를 묻는 과정으로 시작하여 지장보살의 본생담(本生譚)이 설해져 있습니다.
이렇게 《지장경》은 지장보살의 서원을 시작으로 내용이 전개 되는데, 특히 지장보살의 형상을 조성하거나 공양하고 예배하는 중생들은 모든 업장이 소멸되어 해탈을 얻게 된다는 것과 영가들이 어둠 속에서 갈 길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7·7일 즉 49일 동안 지장보살을 칭념(稱念)해야 한다는 것, 지장보살의 대비원력이 모든 보살들 중에서도 가장 수승하다고 찬탄하는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장보살님을 예배 공양하거나 찬탄하면 28가지 공덕과 이익이 있다는 설명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을 지닌 《지장경》은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탐욕을 부리느라 자신이 언젠가는 내려야 할 종착역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 버리고서 숱한 죄를 짓고 사는 우리들에게 지옥이라는 종착역을 알려줌과 동시에, 또한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까지도 친절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속고승전》 등의 자료에서 살펴보면 이러한 지장신앙은 당나라 때부터 널리 보급되어 민간신앙으로 자리잡았다고 하며, 뿐만 아니라 아미타불의 협시보살이 관음, 세지보살인데도 불구하고 신라에서는 아미타불의 좌우에 관음, 지장의 양대보살을 모셨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일찍부터 지장신앙이 성행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일본에서는 수자(水子) 즉 빛을 못보고 죽음을 맞이한 태아영가를 돌보아주는 보살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산천초목을 무성하게 자랄 수 있게 해 주는 대지처럼 넉넉하게 베풀어주는 후덕한 보살이라는 뜻에서 지장보살이라고 이름하였듯이, 현세이익 뿐만이 아니라 저 세상(冥符)의 중생까지도 구제해 주시고자 원력을 세운 보살이 바로 지장보살이시고, 《지장경》은 바로 지장보살의 서원과 공덕을 배울 수 있는 경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