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스님─공부에 대한 한 말씀

공부에 대한 한 말씀(기도와 절을 할 때)

-보성스님-

이제 불자들이 즐겨 행하는 공부방법에 대해 몇 마디 사족을 붙이고자 합니다.

먼저 기도나 절을 하는 불자들에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기도나 절을 하는 불자는 땀을 흘릴 줄 알아야 합니다.

땀을 흘린다는 것! 이것이 노력입니다.

이것이 절을 하고 기도하는 이의 정직입니다.

땀을 흘려 업장을 녹이고자 해야 합니다.

특히 여름이 되면 절을 하기가 싫어집니다.

땀이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땀이 진참회(眞懺悔)의 땀이요, 업장을 녹여 소원을 이루게 하는 땀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절과 기도는 참으로 큰 힘을 발휘합니다.

매일 108 배라도 꾸준히 계속하게 되면 그 공력(功力)이 쌓이고 쌓여 평생을 별 어려움 없이 지내게 되며, 지위도 오르고 경제력도 저절로 뒤따르게 됩니다.

하루 10 분 흘리는 참회의 땀방울이 평생을 평안하고 향상된 길로 이끈다는 것을 꼭 명심하시고, 절하고 기도하는 수행을 절대로 거르지 마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집안이나 자신에게 특별한 어려움이 있을 때는 반드시 가행정진(加行精進)을 해야 합니다.

몸과 마음을 다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절을 하고 기도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고등학교 3 학년을 아들딸로 둔 어머니들은 매우 열심히 절을 하고 기도를 합니다.

그러다가 아들딸이 수능시험을 잘 쳤다고 하면 그날부터 할 일을 다했다는 듯이 방긋방긋 웃으며 절도 기도도 하지 않는 이가 많습니다.

그 때 나는 이야기를 합니다.

“다시 표정을 이전처럼 지으시오.” 이 말이 무슨 뜻인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끝까지 기도를 잘 하라는 것입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마음을 푸는 순간 그릇됨이 침범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학에 합격할 때까지 마음의 고삐를 늦추지 말고 더 다부지게 기도하고 절을 해야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뜻하는 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그 날로부터 나태해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조금은 편안해져도 되겠지’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생은 비행기를 조정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만약 비행기 조정사가 ‘아, 오늘은 날씨도 좋고 비행에도 별 어려움이 없구나.

조금 긴장을 늦추고 주위의 풍물을 즐기자’ 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소중한 승객의 생명과 막대한 금액의 비행기가 위험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조종사는 비행기가 목적지에 착륙하여 모든 승객이 무사히 내릴 때까지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됩니다.

그때가 ‘오늘의 내 책임을 마친 때’ 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백일기도를 작정하였는데 70 일만에 좋은 상서가 있을지라도 고삐를 늦추지 말고 백일을 마저 채우라” 는 충고를 잊지 않습니다.

그것이 우리 불자의 공부이기 때문이요, 이어지는 기도 속에서 힘이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경전을 독송’ 하는 분께 당부 드리겠습니다.

(독경.염불.법문 듣는 법) 불자들 중에는 ‘어떤 경전이 좋다’ 고 하면 뜻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많이 읽는 것에만 치중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뜻은 몰라도 많이 읽기만 하면 공덕이 생겨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뜻을 이해하며 독송하면 뜻을 모르고 독송하는 것보다 열배 스무 배의 공덕이 생겨납니다.

그러므로 경전을 독송할 때는 꼭 뜻을 새기며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단 한 페이지를 독송하더라도 가장 정성스럽고 아름다운 마음가짐으로 읽어야 하며, 그 경전을 설하신 부처님과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 시간이나마 부처님께서 설하신 가르침과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독송을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그 경전 속의 뜻을 확실히 이해해야 합니다.

“아, 부처님께서 바로 이것을 깨우쳐 주기 위해 이렇게 설하셨구나.” 이러한 확신이 분명히 서면 ‘나’ 의 생각이 올바른 것인지 그릇된 것인지를 ‘나’ 스스로가 자신있게 판단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부디 마음을 모아 맑은 정신으로 독경을 하십시오.

맑은 정신에 아름다운 마음가짐으로 정성스럽게 독송을 하면 참으로 부처님과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나는 절에서 불경이나 불교서적을 법보시할 때 신도들에게 ‘한 권씩만 가지고 가지, 두 권 세 권 가지고 가지 말라’ 고 합니다.

또한 가지고 간 책은 꼭 읽으라고 합니다.

한 번 읽어 이해가 되지 않으면 두 번 세 번 읽어 도움이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불교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경전이나 불교서적을 읽어 ‘나’ 의 마음속에 맑고 복된 이해력이 생겨나면 모든 것이 ‘ 나’ 에게 평화롭게 다가서지만, ‘나’ 의 마음속에 탁하고 산란하고 어지러운 기운들이 가득 차면 괴로움과 근심걱정의 태풍이 ‘나’ 를 향해 강하게 불어옵니다.

경전공부! 그것은 바로 ‘나’ 를 맑고 복되게 만들어주는 것이요, ‘나’ 를 차츰 높은 경지로 끌어올려주는 최상의 방편입니다.

정녕 공부하는 불자들은 마음을 모아 경전의 한 구절 한 구절을 ‘나’ 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잘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염불입니다.

아미타불.관세음보살.지장보살 등의 명호를 부르며 염불을 하는 이들은 꼭 염(念)을 해야 합니다.

입으로만 명호를 부르지 말고 아미타불 등을 생각하면서 ‘부처님의 뜻과 행동을 따르겠습니다’ 하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내가 염불을 하지만 ‘나’ 를 버려야 합니다.

‘나’ 를 비우고 ‘나’ 의 마음 가득 불보살님을 담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법문을 듣는 자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법회장에 참여할 때는 꼭 ‘오늘 단 한가지 가르침이라도 마음에 새겨야지’ 하는 자세로 임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법사의 설법을 듣기 전에 귀를 한 번 만져주며 스스로 당부하십시오.

“귀야, 귀한 법문 부디 잘 들어라.

부디 정신 바짝 차려라.” 그리고 법문을 다 들은 다음에는 단 5 분이라도 명상을 하여 그 법문을 ‘나’ 의 것으로 만들고,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법사스님께 따로 가르침을 청하여야 합니다.

나도 많은 곳에서 법문을 하지만 의문점을 알뜰하게 물어오는 사람이 드뭅니다.

설법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질문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기특한 공부인입니다.

모르는 것, 의문나는 것을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향상의 길로 열려 있는 진정한 불자입니다.

나는 가끔씩 부탁을 합니다.

“절에 왔으면 수행한 스님의 덕을 조금이라도 보고 가십시오.” 이것이 무슨 말입니까? 스님의 법문을 알뜰하게 귀 기울여 듣고, 의심이 나든지 뜻을 분명하게 알 수 없는 말씀에 대해서는 탐문(探問)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서도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스님, 저는 이러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생각이 바른것인지요?” 이렇게 꾸준히 공부를 하고자 할 때 향상의 길이 열리고 행복의 문이 열리며, ‘부처침의 제자’ 라는 강한 자부심이 생겨납니다.

부디 ‘나’ 를 향상의 길로 이끌어 줄 스승을 잘 선택하여 그 가르침 속에서 한가지 공부라도 양심껏 실천하는 참된 불자가 되기를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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