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내가 믿는 소박한 종교

내가 믿는 소박한 종교

-달라이라마-

“나의 철학은 자비로운 친절” 오늘은 친절과 자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나는 달라이 라마나 불자나 티벳인으로서 하는 것이 아니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러분도 내 이야기를 들을 때 자신을 미국인, 서양인 등으로 구분하지 말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들어 주었으면 한다.

그런 구분은 2차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러분과 내가 서로 인간으로서 대하면 이러한 근원적인 차원에서 만날 수 있다.

“저는 승려입니다.”, “저는 불자예요.”라고 말할 때 이런 것들은 일시적인 것이다.

인간이 되는 것, 그것이 가장 근원적인 것이다.

일단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 사실은 죽을 때까지 변할 수 없다.

그외의 특성은, 이를테면 우리가 교육을 받았다든지 못 받았다든지, 또는 부자라든지 가난하다든지 등등은 모두 2차적인 문제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어떤 문제들은 인간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사상, 종교, 인종, 경제적 지위 등등으로 인간을 구분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제 좀더 심오한 차원에서, 인간의 차원에서 이런 것들을 숙고해 보고 우리와 남이 같다는 것을,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존중하고 인식해야 할 때가 되었다.

문화적, 철학적, 종교적, 신앙적 차이에 상관없이 상호 신뢰, 이해, 존중, 도움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구축해야 한다.

결국 모든 인간은 살과 뼈, 피로 이루어져 있고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질 권리가 동등하고, 인간으로서 우리들은 같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커다란 인간 가족에 속한다.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그건 2차적인 이유 때문이고 따라서 이 모든 논쟁, 속임수, 상대를 억압하려는 행동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위기와 두려움이 있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 기술로 인해 물질적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유용한 일이고 또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적 발전과 내적 발전을 비교할 때 내적 발전이 너무나 부족하다.

테러, 살인 같은 위기 상황이 오랫동안 계속된 나라가 많다.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나날이 범죄가 늘고 있다.

외적으로는 고도로 발달하고 발전을 거듭하지만 내적 성장에 대해서는 소홀히 여겨왔다.

누군가를 적으로 간주할 수는 있지만 더 깊은 차원에서 보면 적도 인간이고, 행복을 원하고, 또 행복할 권리도 있다.

히로시마를 보고 그 여파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는 분노와 증오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분노는 분노로써 극복되어지지 않는다.

어떤 이가 우리에게 화를 내고 내가 그에게 화로 반응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반대로 우리가 화를 참고 자비, 관용, 인내를 보인다면 우리의 평화로움이 깨어지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분노가 서서히 사그라들 것이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도 분노나 증오로 맞받을 수 없다.

이들을 자비, 사랑, 진정한 친절로 대해야 한다.

무기 자체는 전쟁을 시작할 수 없다.

무기의 단추를 조작하는 것은 인간의 손이고 이 손은 사고(思考)로 움직인다.

그러므로 책임은 사고에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깊이 들여다보면 답은 우리 안에서, 마음에서 나온다.

우선 마음을 조절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깊은 명상에서처럼 마음을 조절하라는 게 아니고, 화를 줄이고, 다른 이의 권리를 좀더 존중하고, 다른 이를 더 배려하고, 인간이 같다는 것을 더 분명히 깨닫는 것을 말한다.

분노로 인해 우리는 인간의 최선의 덕을 하나 잃는다.

그것은 판단의 힘이다.

인간은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현재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10년, 20년, 100년까지의 미래를 내다보고 판단할 수 있다.

상식으로도 옳고 그른 것은 판단한다.

어떤 행위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안다.

그러나 마음이 분노로 가득 차게 되면 이런 판단의 힘을 잃게 된다.

일단 판단의 힘을 잃고 나면 슬프게도, 외모는 완전한 인간이지만 내면은 그렇지 않게 된다.

인간의 육체를 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인간으로서 판단의 힘을 잃지 않도록 이를 지켜야 한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든 인류에게 책임이 있다.

다른 사람들을 진정한 형제·자매로 생각하고 그들의 복지를 증진하고 고통을 덜어 주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자신의 이익이나 혜택을 전적으로 희생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다른 이를 염려하는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좀더 많은 미래에 대해, 모든 인류의 복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분노 같은 자신의 이기적 욕망을 줄이려고 한다면, 그리고 좀더 친절해지고 다른 이에 대한 자비를 기르려 한다면,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더 많은 혜택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때로 나는 현명하게 이기적인 사람은 이런 식으로 수행한다고 말하곤 한다.

어리석게 이기적인 사람은 항상 자신의 생각만 하고 그 결과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현명하게 이기적인 사람은 다른 이를 생각하고, 할 수 있는 한 다른 이를 돕는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생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믿는 소박한 종교다.

복잡한 종교 철학도 필요 없고 사원조차도 필요 없다.

나의 이성, 나의 마음이 사원이다.

자비로운 친절이 나의 종교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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