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유교경(遺敎經) – 석존의 마지막 가르침

불교의 근본주제 간결하게 설명

우리는 모두가 똑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때론 중요한 말도 대수롭지 않게 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말이라도 사람들로 하여금 감명을 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죽기전에 하는 유언입니다.

평범한 우리들의 유언도 그러할진데 하물며 부처님의 유언은 어떠하겠습니까? 그러한 부처님의 유언을 듣고 싶은 분이라면 《유교경(遺敎經)》을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유교경》은 부처님께서 이 세상을 떠나시면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남기신 마지막 말씀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교훈을 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전입니다.

원래의 경명(經名)은 ‘열반에 임해서 설하신 경’이라는 뜻에서 《불임반열반경(佛臨般涅槃經)》이라고 하지만 이외에도 《불수반열반약설교계경(佛垂般涅槃略設敎誡經)》등 몇 가지 이름이 있고 그 중에서 제일 많이 알려진 것이 바로 《유교경》입니다.

현재 범어 원전이나 티베트 번역본도 없고 오직 구마라집(鳩摩羅什) 삼장의 한역본만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한역본은 문체가 극히 수려한데다가 또한 부처님의 임종이라는 극적인 배경설정으로 인하여 불교의 근본 주제가 무엇인가를 간결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는 모르나 부처님의 열반을 다루고 있는 다른 경전에 비해서 분량이 비록 적은 편이지만 내용면에서는 불교의 핵심적인 것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유교경》은 부처님의 열반을 전제로 하고 있으면서도 《열반경》과는 다른 입장에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령 《소승열반경》의 경우 석가모니 부처님의 입멸이라는 사건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용면에서도 부처님의 발병, 춘다의 공양, 최후의 가르침, 사리의 분배 등을 중심으로 설해져 있는 반면 훗날 대승불교도에 의해 재편된 《대승열반경》의 경우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반을 단순한 입멸로만 받아들일 수 없었던 대승불교도에 의해 부처님 수명의 영원성과 중생구제라는 보편성이라는 전제 위에 열반을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차원을 넘어 철학적으로 해석하기에 이러렀던 것입니다.

그러나 《유교경》에서는 사리의 분배도 아니고 교리적 해석도 아닌 바로 ‘계율의 준수’를 가장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부처님 열반 이후 오늘날까지 승가(僧伽)의 윤리, 도덕과 청정성의 문제는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일 수밖에 없습니다.

승가의 청정성을 유지하는 것으로서 《유교경》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즉, 물건을 팔고 사는 상거래 행위, 재물을 축적하는 행위, 길흉을 점쳐보는 행위, 천문지리를 보는 음양주술적 행위, 권력과결탁하는 행위, 신통으로 대중을 현혹하는 행위 등을 승가의 계율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늘날의 생활규범에 이러한 것들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은 좀더 검토해 봐야 할 문제지만 어느 정도는 주의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하긴 하얀 종이일수록 까만 먼지가 더욱 드러나 보이는 것처럼, 자신들이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수행자들에게 지켜달라고요구하고 싶은 내용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됩니다.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유교경》에서는 부처님의 열반 후에 제자들이 지켜야 할 계율의 중요성을 제일 먼저 부각시키는 한편, 수행의 요점으로서 사성제(四聖諦)의 중요성을 설하고 끝으로 법신상주(法身常住)를 강조하였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석존이 입멸에 즈음하여 제자들에게 최후의 설법을 하시는 정경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석존은 녹야원에서 최초의 설법으로 5비구를 교화하시고 최후의 설법에서는 수발타라(須跋陀羅)를 제도하심으로써 마지막 중생제도의 사명을 마치신 후 사라쌍수에서 입멸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히시고 있습니다.

이어서 부처님께서는여러 제자들에게 당신이 입멸한 후에는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를 의지처로 삼아 계를 지키고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끊임없이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 누누히 강조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사성제(四聖諦)의 가르침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는 사람은 주저하지말고 질문할 것을 세 번씩이나 반복하여 물어보시는데, 이 때에 제자들은 침묵으로써 추호도 의심이 없음을 증명하지요.

그러나 부처님은 대자비심으로써 법신상주와 세간법의 무상함을 설명하시고, 모든 만남은 헤어짐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슬퍼하지 말고 열심히 정진할 것을 당부하십니다. 그리하여 반드시 지혜의 광명으로 무명의 어둠을 없앨 것을 재차 당부하신 후, 이것이 여래 최후의 가르침임을 알려 주십니다.

이와같이 《유교경》은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마지막 법문을 하시는 부처님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히 떠오를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경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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