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웃음을 수행으로 삼아라

웃음을 수행으로 삼아라

-틱낫한-

행자 시절 나는 붓다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붓다의 미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은 이렇게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데

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미소를 지을 수 있단 말인가?

붓다는 세상의 고통이 조금도 괴롭지 않은 걸까?

시간이 흐른 후에 나는 붓다의 웃는 듯 마는 듯

입가에 맴도는 미소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세상을 향한 깊은 이해와 고요의 힘을 지닌 자는

세상의 고통에 압도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붓다가 세상의 고통 앞에서도 미소 지을 수 있는 이유는

그에겐 고통을 돌보고 변화시킬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통한의 눈물이 바다를 이룬다 해도

붓다의 미소만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익사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더 많이 웃어야 한다.

자신이 무기력하고 바보같이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바보 같은 자신에게 웃음을 선물하라.

웃음은 묵은 스트레스까지 확 날려버리는 힘이 있다.

웃음은 단번에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가슴속에 슬픔이 차 있는가? 그렇다면 그 슬픔에 미소를 보내라.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묻는다.

“웃을 일이 없는데 어떻게 웃습니까?”

“아무런 기쁨이 없는데 왜 웃어야 합니까?”

웃음은 행복을 주는 수행이다.

당신이 화가 났거나 두려울 때,

우리 얼굴에 300여개의 근육들이

긴장감으로 꽁꽁 뭉쳐 있다.

근육의 긴장은 마음의 긴장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여유 있는 호흡과 함께 웃음을 지으면

300개의 얼굴 근육들은 일시에 이완된다.

내가 웃음을 ‘입 요가(mouth yoga)’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웃음을 수행으로 삼아라.

숨을 깊이 들이쉬면서 입가에 웃음을 띠어라.

긴장은 일시에 사라지고 기분은 좋아진다.

마음속에 기쁨이 생길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그냥 먼저 웃어라.

웃음은 여유와 고요를 불러오고

기쁨을 솟아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때로 혼자 방안에 있을 때,

나는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웃는다.

이 웃음은 사랑하는 나에게 보내는 선물이다.

내가 나에게 미소 짓는 것은 나 자신에게 친절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를 잘 돌보기 위해서다.

내가 나를 잘 돌보지 못한다면

다른 누구도 돌볼 수 없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지금 당장 거울을 보라.

당신의 얼굴에 미소가 있는가?

피곤과 화와 절망에 찌든 얼굴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당장 자신에게 돌아가야 한다.

절망을 돌보는 법은 어렵지 않다.

자신에게 웃어주라.

자신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매우 중요한 수행이다.

자신을 향해 짓는 미소는

예의상 웃는 미소와는 전혀 다르다.

스스로에게 미소 짓는다는 것은

이미 당신 안에 깊은 평화가 자리잡았다는 증거다.

당신은 자신이 평화롭다는 것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의 삶은 매 순간 예술작품이 된다.

우리 안에 기쁨과 평화가 있을 때,

우리 곁에 있는 다른 사람의 삶도 아름다워질 수 있다.

당신은 당신의 가족과 수많은 사람들,

호흡하는 공기와 나무 등

우주의 모든 존재와 연결된 소중한 존재다.

그러므로 이 순간 당신이 고통에 한숨짓는다면

그것은 당신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당신의 한숨은 아내를 우울하게 할 것이고

아이들을 맥빠지게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웃는다면

당신의 주변은 금세 활기로 가득 찰 것이다.

웃음 명상을 생활화하라.

아침에 눈뜨자마자 숨쉬기 명상을 통해

나의 곳곳을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으로 느낀 다음,

당신 앞에 펼쳐진 새로운 하루를 향해 웃어라.

아침에 눈뜨며 나는 웃음 짓네.

새롭고 신선한 24시간이 내게 있네.

나는 서원(誓願)하네.

매 순간을 충실히 살며

모든 생명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볼 것을!

웃음을 통해 세상 모든 것을 끌어안고

그들과 하나가 되는 이 시를 천천히 읊어보기 바란다.

나는 세상에 웃음 짓고

세상은 또 내게 웃음 짓네.

아직도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에게 나는 웃음 짓네.

밤을 떨치고 서서히 솟아오르는 태양을 향해 나는 웃음 짓네.

새로이 시작되는 날과 매혹적인 새들에게 나는 웃음 짓네.

나는 세상에 웃음 짓고

세상은 또 내게 웃음 짓네.

세계 곳곳에 확산되는 커다란 고통을 볼 때

내 웃음이 눈물로 젖는 때도 있으리라.

그래도 나는 젖은 눈으로 웃으리라.

나는 삶에도 웃음 짓고

나는 죽음에도 웃음 지으리라.

나는 흙의 웃음

나는 꽃의 웃음

나는 비의 웃음

나는 바람의 웃음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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