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스님─ 혼탁한 세상을 정화하는 염주

혼탁한 세상을 정화하는 염주 -지안 스님- 시내에 나가 택시를 타다보면 운전석 위의 거울에 염주를 걸어 놓은 차를 가끔 보게 된다.

스님인 나로서는 이 사람이 불교신자인가 보다 하는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왜 염주를 걸고 다니느냐고 물었더니, 무사고를 비는 뜻에서 건다고 했다.

말하자면, 액운을 물리친다는 뜻에서 염주를 걸고 다닌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복을 맞이하고 액을 물리치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

그래서 스스로 마음을 위안하고자 몸에 부적을 지니고 다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행운을 상징하는 어떤 마스코트를 지니기도 한다.

또 종교인들은 그들의 신앙을 상징하는 염주나 묵주, 혹은 십자가를 지니는 경우도 있다.

염주는 불교의 수행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글자 그대로 ‘생각을 맑게 해 영롱한 구슬처럼 한다’는 뜻이다.

생각이 맑다는 것은 곧 마음이 깨끗하다는 뜻이다.

번뇌와 망상 속에서 살다보면 우리의 마음은 항상 구름 낀 하늘처럼 흐려 있는 수가 많다.

그래서 염주를 굴리면서 자기 생각을 정화하여 삶의 의미를 바르게 생각해 가는 것이다.

사람은 보고 듣는 시청각 속에서 곧잘 번뇌를 일으킨다.

그리하여 백팔번뇌를 안고 사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눈, 귀, 코, 혀, 몸, 뜻의 여섯 감각기관이 색깔, 소리 냄새, 맛, 촉감, 기억 되어지는 것의 여섯 가지 경계를 대하여 좋다(好), 싫다(惡), 좋지도 싫지도 않다(平等)는 세 가지 감정과 이것이 지속되어 즐겁다(樂), 괴롭다(苦),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다(捨)는 세 가지 느낌을 만들어 36가지 번뇌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다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과 관계되어 다시 3을 곱하면 108 번뇌가 산출되어 나온다.

이리하여 번뇌를 가라앉게 하기 위하여 염주를 굴리며 염불을 하는 수행법도 나오게 된 것이다.

번뇌는 사람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갈등 따위를 유발 흔들리게 하는 것이다.

번뇌가 없으면 편안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무심한 상태일 텐데, 번뇌 때문에 불편하고 괴로워진다.

똑같은 음식이 사람의 입맛에 따라 맛있게 느껴지기도 하고 혹은 맛없게 느껴지기도 하듯이 번뇌의 경중에 따라 생활의 의미도 달라지는 것이다.

흐린 생각, 탁한 마음이 되지 말고 맑은 생각, 깨끗한 마음으로 돌아가면 이 세상이 곧 맑아지고 깨끗해질 것이다.

(원각경)에 “한 마음이 청정하면 곧 온 세상이 청정하다”는 부처님 말씀이 있다.

염주를 굴리는 것은 개인의 생각을 맑게 하고 사회의 정신 공기를 순화하는 하나의 작업이다.

공해에 찌든 도시의 하늘보다 산 속의 맑은 공기가 그립듯이, 혼탁한 문명의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것은 염주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온 산에 무성한 나뭇잎이 햇빛에 반짝이는 싱싱함이 느껴지는 이 아름다운 시절, 살아서 이를 보고 있다는 것만도 은혜롭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염주를 손에 쥐고 포행을 하다가 문득 산봉우리에 걸려 있는 흰 구름을 보았다.

아련한 먼 곳의 소식이 하늘을 통해 전해 오는 것 같다.

하늘의 향기를 맡으며, 염주 한 알을 굴리며 한없이 순수해지고 싶어진다.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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