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자식도 잘되게 기도해야
-범해스님-
음력 7월15일(올해는 9월1일) 우란분절(백중)을 50여일 앞두고
전국 사찰에서는 백중기도를 입재하고 있다.
민간에서의 백중일은
봄부터 지은 농사를 거의 마무리하고 호미를 씻으며 휴식을
취한다.
이날 하루는 머슴을 고된 노동에서 해방시켜 주며 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여름 안거를 끝내고 자자(自咨-스스로 자신의 허물을
드러내어 참회하는 의식)를 하는 날이다.
이 날은 특별히 불교
5대 명절의 하나로 분류해 지옥에 떨어진 조상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재를 올린다.
‘우란분’이란 산스크리트어에서 나온 말인데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 뜻이다.
(목련경)과 (우란분경)에 보면 부처님은 “지금 살아 있는
부모나 7대의 죽은 부모를 위하여 자자를 끝내고 청정해진
스님들에게 밥 등의 음식과 5가지 과일, 향과 의복으로 공양
하라”고 설했다.
이는 부처님의 제자인 목건련존자가 신통력
으로 자신의 어머니가 아귀(餓鬼) 지옥에서 고통 받는 모습을
보고 부처님께 구원을 청원한데서 비롯됐다.
그래서 민간에서나 불교에서 모두 이 날을 ‘생명해방의 날’로
정해 놓고 의미를 기리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우란분절을
중심에 놓고 조상천도를 위해 49재를 올린다.
어떤 사찰은
스님과 신도들이 매일 ‘자비도량 참법’ 기도를 하기도 한다.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나면 모두가 자신의 업장을
녹인 듯한 마음이 든다.
기도는 종교인의 가지는 특별한
혜택이 아닌가 싶다.
기도를 하면 좋아지는 게 몇 가지 있다.
우선 부처님의 자비
하신 위신력(威神力)을 얻는다.
위신력이란 부처님께서
가지고 계신 힘, 곧 불력(佛力)이다.
인간의 사량분별
(思量分別)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불가사의한 힘을
말한다.
좀 더 설명하자면 일체중생 구제를 전제로 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강력히 움직이는 힘이
있는데 그것을 기도하는 사람들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발원하며 기도하면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기도는 자신의 심성을 정화할 수 있다.
간절한 기도를
하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그동안
자신이 행해 왔던 온갖 악업에 대해 뉘우치고 다시는 악행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된다.
스스로 맑아짐과 동시에
이웃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다.
왜냐하면 나의 선한 행동이
이웃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기도는 이웃과 세상을 맑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불자라면 당연히 기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간혹 기도를 할 때 불자들은 내 자식, 내 가족만 잘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입시기도나 승진 등
특별한 기도를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무엇을
발원할 때 자기만 잘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예를 들어 입시기도를 할 때 부처님께 “내 아들 꼭 일류대학에
합격해 달라”고 발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굳이 기도를 한다면 “내 아들이 그저 평소에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게 해 주시고 시험에 임해서는 실수 없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위신력을 주옵소서.
아울러 다른 집안 자식들도 내 아들같이 해 주옵소서”라고
기원하자.
언뜻 보면 남의 집 자식들도 공부 잘하면 내 자식은
잘못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게 아니다.
내 자식과 남의 집 자식이 함께 잘 되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
에서는 이게 인재양성이 되고 부국(富國)으로 가는 지금길이
된다.
비단 불자뿐만 아니라 개신교 가톨릭 이슬람 등 다른
종교인들도 이런 기도를 한다면 세상은 극락이요 천당이
아닐까 싶다.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