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스님─‘철두철미한 발심 發心을’

‘철두철미한 발심 發心을’

-탄허스님-

수천 길 벼랑에서 떨어지다 나뭇가지 하나를 붙잡는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선가禪家에서는 여래선如來禪보다 조사선祖師禪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지 않는가? 본래 청정하며 실다운 부처님의 마음자리를 견실심堅實心이라 우리는 일컫는다.

견실심의 밑바닥까지 가서 이것을 완전히 보았을 때 비로소 조사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앙산仰山이 향엄香嚴에게“ 사제의 요사이 견처見處가 어떠한가?”하고 물으니 향엄이 대답하기를 ”내가 창졸간에 말할 수 없나이다“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난해 가난은 가난하달 것 못되나 去年貧未是貧 금년 가난이야말로 참말 가난이다.

今年貧是始貧 지난 해 가난은 송곳 세울 땅이 없더니 去年貧無卓錐之地 금년 가난은 송곳도 없네.

今年貧錐也無 그러자 앙산仰山은“그대가 여래선은 얻었으나 조사선은 얻지 못하였네”하였다.

또한 예전에 어떤 스님은 “내가 조사선을 얻었다.”하니 다른 스님이 말하기를 “아직 멀었다”한다.

그러자 그 스님은 향을 피워 놓고 선정禪定에 들어 그 향이 다 타기도 전에 열반에 들었다.

그러나 후자의 스님이 하는 말이 “네가 앉아 죽고 서서 죽는 것은 마음대로 하되 조사선은 못 보았다”고 했다.

이와 같을진댄 팔만대장경은 모두 죽은 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생각이 붙고 말이 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생각과 말이 끊어진 이 자리는 팔만대장경으로도 알지 못할 것이다.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방 안에 들어왔을 때 비로소 목적을 달성한 것이지 대청이니 문 밖 바로 앞에 왔다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예전에 여동빈呂洞賓이라는 사람이 신선도를 닦아 5만년 사는 법을 성취하였다.

이 사람이 300여 세 되는 때에 황룡黃龍선사가 설법하는 곳에 허락 없이 들어가 도청을 하였다.

선사가 대중을 훑어보며 “이 가운데 어느 놈이 있어 법을 도둑질하는고?”하였다.

여동빈이 “신선도로써 5만년을 사는 도리를 성취한 여동빈입니다”하니, 선사가 그에게 묻기를 “그렇다면 내 그대에게 묻거니 천지가 생기기 전의 면목이 무엇인고?”하였다.

여동빈이 묵묵부답으로 아무런 대꾸를 못하자 선사가 말하였다.

“물이 다하고 땅이 다하고 나면 황룡黃龍이 출현한다.” 이에 활연대오한 여동빈은 신선도 닦기를 집어치우고 발심하여 불문에 귀의하였다 한다.

그가 비록 수만 년 사는 도리를 얻었다하나 황룡선사를 만나기 전에는 그 바닥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듯 여래의 본래정정심本來淸淨心의 밑바닥을 보기가 심히 어려우나, 일단 발심을 하였으면 가다가 말겠다는 결심으로는 참된 진리의 바닥을 볼 수 없다.

진리의 나뭇가지를 붙잡은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손을 놓고 참된 진리의 자리로 떨어져 죽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다시 사는 것이다.

그러기에 주자朱子는 “사람이 배를 타고 갈 때 온 몸뚱이가 물속에 빠진 것이 되어야 옳다”라고 한 것이다.

사람들이 미혹하여 이 같은 진리의 바닥을 향하여 매진할 용기를 갖지 못해서 집에서 기르던 개 한 마리를 잃어버리면 온 집안 식구가 찾아 나서지만, 자기 마음이 바깥 경계에 부딪쳐 잃어버렸을 때는 아무도 찾아나서는 사람이 없다.

(장자)에 나오는 돼지는 제관祭官이 와서 “내가 일주일 동안 너를 호화스럽게 먹여주고 오색 비단옷을 입혀 오색 도마 위에 모셔 천자天子로부터 백관이 모두 너에게 절을 할테니 제물이 되겠느냐?” 하니 돼지는 그렇게 해서 자기가 희생이 되느니 차라리 더러운 우리 안에서 더러운 음식 찌꺼기를 먹으면서 자기를 보존하는 쪽을 택하겠다고 대답하였다.

돼지도 하물며 이와 같은데 사람들은 어찌하여 자신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잃어버린 자기를 찾으려 하지 않는가? 거울 안에 삼라만상이 비쳐질 때 우리 범부는 거울보다도 거기에 비친 상에만 집착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거울에 비친 영상에 불과함을 우리는 확실히 알아서 그 마음 거울의 본체를 깨닫고 그 밑바닥까지 철저히 찾고야 말겠다는 철두철미한 발심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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