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공덕 강조한 부처님 전생담
부처님께서는 어떤 인연으로 부처님이 되셨을까요? 이렇게 의문이 드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본생경(本生經)》을 읽어보셔야 할 것입니다. 《본생경》은 부처님께서 성불하시기 이전, 다시 말하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수행자로써 닦아오신 여러 생(生)의 얘기를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부처님의 깨달음과 가르침은 너무도 위대하기 때문에 제자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 6년간의 고행만으로는 이토록 장엄한 불변의 진리를 깨달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무수한 과거생에 보살로서 수행해온 결과라고 믿게 되었고, 무량 겁 동안 수행하면서 사람으로만 태어난 것이 아니라 온갖 동물로도 태어나서 보살도를 닦은 공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부처님의 전기는 경전에서 단편적으로 다루어지기도 하지만 하나의 경전으로 성립된 것도 몇 가지 되는데, 《본생경》은 바로 그러한 불전문학(佛傳文學)에 속하는 경전의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자타카(Jataka)’라고 하면 팔리어로 씌여진 남전(南傳)자타카를 일컫는 경우가 많으나 이를 한역하여 본생담(本生譚) 또는 전생담(前生譚)이라고 합니다. 팔리어 경장에서는 소부(小部)에 들어있는데 547가지 얘기가 22장으로 나누어져 실려 있고 내용의 구성은 3부로 되어 있습니다.
서론에서는 부처님이 무엇 때문에 전생 이야기를 하시게 되었는지 그 연유를 밝히고, 본론에서는 다겁생에 걸쳐 닦아오신 수행담이 소상히 설해져 있으며, 결론에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과관계를 밝히고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처님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성불하시기 이전에 보살이었던 긴 기간동안 어떤 때는 국왕이나 상인 심지어는 도둑으로까지 태어나기도 합니다. 때로는 토끼나 원숭이 등의 몸을 받고 태어나서도 언제나 한결 같은 선행과 덕행을 베풀면서 남을 위하여 봉사하였다는 줄거리로 엮어져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전생에 토끼의 몸을 받고 수달과 들개 그리고 원숭이와 같이 살던 때의 일입니다. 그들은 포살일(布薩日 ; 수행자들이 보름마다 한번씩 모여 잘못에 대하여 고백 참회하는 행사)을 맞이하여 각자 계를 지키고 보시를 하고자 다짐하였는데, 수달은 어부가 감추어둔 물고기를, 들개는 농부의 집에 가서 고깃덩어리를, 원숭이는 망고나무에서 망고를 따 와서 보시할 수 있었지만, 토끼는 탁발승에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토끼는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속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불은 천신이 탁발승으로 변장하여 토끼의 보살정신을 시험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습니다. 토끼는 털끝 하나도 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천신은 토끼의 희생적인 보시정신을 오래도록 기리기 위해서 달 속에다가 토끼의 그림을 그려 넣었다고 합니다. 전래동화의 달속의 토끼이야기 역시 여기서 파생되어 만들어진 것이랍니다. 아무튼 그때의 수달은 아난, 들개는 목련, 원숭이는 사리불, 토끼는 바로 부처님의 전생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사실 보시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보시는 실천이 수반되어야만 비로소 크나큰 공덕으로 이어집니다, 현실의 집착과 고통의 원인은 탐욕에 있고, 그 탐욕을 다스리는 길은 바로 보시를 실천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마치 물이 한 곳에 고여 있으면 썩어 버리지만 계속 흐르는 물은 언제나 깨끗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해탈의 최대 장애물인 탐욕을 없애고 보시를 베풀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우리들에게 무엇을 깨우쳐 주려고 한 것일까요? 그것은 부처님과 같이 훌륭한 분일지라도 깨달음을 얻는 데는 이와 같이 오랜 생에 걸쳐서 꾸준하게 선행을 닦아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고, 동시에 우리네 중생들도 이처럼 공덕을 닦으면 반드시 좋은 과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자 한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파급시키는 저변에는 인도인들이 가지는 고유의 전통사상, 즉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라고 하는 인과응보의 업사상과, 반복되는 삶의 윤회사상이 내재되어 있음은 물론입니다.
또한 이렇게 부처님의 면모를 기억하고자 하는 의도는 현세에 생존했던 부처님의 면모를 길이 잊지 않고자 함도 있겠지만, 동시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그것을 후세에 전하고자 하는 뜻도 아울러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생담을 지을 때 당시 민간에 널리 유포되고 있던 전설돠 우화(寓話)류를 많이 인용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상적 토대 위에 결집된 《본생경》을 근래에 와서는 불전문학으로만 속단지어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본생경》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항상 ‘착하게’ 그리고 ‘남을 위하여 살아야 한다’는 것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이처럼 숭고한 이야기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