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인연 잘못알고

망인제연희칠년 妄認諸緣希七年 헛된 인연 잘못 알고 살아온 77년이여!

창봉사업총망연 窓蜂事業摠茫然 창가에 부딪치는 벌처럼 해온 일도 부질없어라

홀등피안등등운 忽登彼岸騰騰運 훨훨 털고 문득 저 언덕에 올라가면서

시각부구해상원 始覺浮 海上圓 비로소 바다 위에 거품인 줄 이제 알았네.

이 시는 범해각안(梵海覺岸)스님이 남긴 임종게(臨終偈)다. 범해 스님은 조선조 순조 20년에 태어나 고종 건양(建陽) 원년 1896년에 입적한 스님으로 선교를 섭렵해 학덕이 높았으며, 유서에도 밝은 학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염불에도 조예가 깊어 재공의식에 능했던 거장이었다.

초의(草衣)선사를 의지해 구족계를 받고 선교의 수학을 거쳐 두륜산(頭輪山)의 진불암(眞佛庵)에서 개당하여 <화엄경>과 <범망경>을 강설하고 선리(禪理)를 가르쳤다. 22년동안 학인들을 가르치며 제방을 순력하다가 다시 두륜산의 대둔사(大屯寺)로 돌아와 학인들을 가르쳤다. 77세에 입적한 것으로 되어 있다.

임종을 앞두고 지난 생애를 회고하고 보니 창가에 부딪치는 벌처럼 해온 일이 부질없었다고 하면서 무상 속에 살아온 생애가 바다 위의 거품 같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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