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한원청차유 一波寒源淸且幽 한 줄기 차가운 물 맑고 그윽해
환산횡야등한류 環山橫野等閑流 산을 돌고 들을 질러 흘러만 가네.
연연자득조종세 涓涓自得朝宗勢 졸졸 흘러서 바다에 들기까지
종고우금서불휴 從古于今逝不休 예부터 지금까지 쉴 줄을 모르구나.
청산에서 흘러나온 한줄기 물이 산 밑을 돌고 들판을 가로 질러 바다를 향하여 흘러간다. 알 수 없는 옛적 태고(太古)적부터 그렇게 쉬지 않고 흘렀으리라. 여기서 조종(朝宗)이란 강물이 흘러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왜냐하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시간의 진행을 따라 통과하는 과정에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지 만물은 윤회의 강물에 떠다니는 부표(浮漂)와 같은 것이다. 강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것처럼 중생의 윤회도 쉬지 않는 것일까?
영허해일(暎虛海日:1541~1609)선사의 이 시는 제목이 흐르는 물(流水)이다. 물이 바다에 이르기까지 흐르고 흘러 쉬지 않는다는 단순한 주제이지만 흐르는 물을 보고 느끼는 수도인의 정서는 자신이 깨달음의 바다를 향하는 한 줄기 강물이 되어 각해(覺海)에 이를 때까지 가고 가야하는 자기 길을 은근히 재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허스님은 서산 스님의 법은 이은 제자로 호가 보응당(普應堂)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