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는 라자가하에서 걸식을 하고 있었다. 사라들은 그 빼어난 모습과 기품 있는 행동을 보고 그가 카필라 왕국의 태자임을 첫눈에 알아보았다. 삽시간에 소문이 퍼졌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을 알리 없이 판다바산 동쪽에 사문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 자리를 잡고 앉아 명상에 잠겨 있었다. 이 소문을 들은 빔비사라왕은 기쁜 마음으로 즉시 카필라의 태자를 만나기 위해 몇 사람의 신하를 거느리고 싯다르타를 찾아갔다. 싯다르타는 자기를 찾아온 분이 이 나라의 왕인줄을 알았다. 일어나 왕을 정중히 맞이했다. 왕도 싯다르타를 보고 수행자에 대한 예로써 인사를 했다.
“태자가 출가 하였다는 소문을 듣고 놀랐소. 태자의 부왕께서는 얼마나 가슴 아파 하시겠소. 태자처럼 젊고 기품 있는 사람이 사문이 되어 고생 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까운 일이오. 나와 함께 우리 나라에서 사는 것이 어떻겠소? 마음에 드는 땅을 드리고 편히 살 수 있도록 해드리겠소.”
그러나 싯다르타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친절하신 말씀은 고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세상의 모든 욕망을 버리고 출가한 몸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목적이 있어 출가를 하셨소?”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에서 벗어나 내 자신과 이웃을 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을 이룰 수가 있겠소?”
싯다르타는 조용히 대답했다.
“되고 안 되고는 해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저는 그것을 알기까지 죽어도 물러서지 않을 각오입니다.”
이러한 싯다르타의 높은 뜻과 굳은 결심을 보고 빔비사라왕은 크게 감동했다.
“태자의 굳은 결심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빌겠소. 만약 그러한 도를 얻으면 나에게도 그 법을 가르쳐 주기 바라오.”
왕은 마음속으로 태자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믿음직한 젊은이라고 생각했다. 저런 인물이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린다면 태평한 세월을 누릴 것이라고 믿었다. 이와같이 싯다르타를 만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 인품과 정신력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싯다르타는 라자가하를 떠나 아라라 칼라마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아라라는 나이가 많아으나 아직도 건장했다. 그는 싯다르타를 기꺼이 맞이했다. 늙은 선인은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싯다르타는 이 백발의 선인에게서도 역시 아쉬움 같은 것을 느꼈지만 그래도 얻을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 오랜만에 스승을 만난것 같아 흐뭇했다. 그는 그 곳에 머무르며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기로 했다. 그것은 마음이 작용이 정지된 무념무상의 상태에 이르는 수행이었다. 그는 밤잠을 안 자고 열심히 수행을 계속했다. 그때 아라라 스승에게는 수백 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다른 제자들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정열과 용맹심을 가지고 수도에 열중했다. 마침내 싯다르타는 스승이 가르쳐 준 경지에 이르고야 말았다. 스승은 깜짝 놀랐다.
“자네 같은 천재를 만나 기쁠 따름이네. 자네는 이미 내가 얻은 경지에 도달하였네. 이제는 나와 함께 우리 교단을 이끌어 나가세.”
그러나 싯다르타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보다 높은 경지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무념무상의 상태가 그 위에 없는 열반의 경지가 아님을 알았던 것이다. 그는 스승과 하직하고 보다 높은 수행을 위해 다시 길을 떠났다. 어느 날, 싯다르타는 자기를 찾아온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카필라에서 부왕이 보낸 사신들로서 태자가 떠나온 뒤 카필라가 온통 슬픔에 잠겼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 중에서도 부왕과 아쇼다라의 비탄은 차마 곁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싯다르타에게 왕궁으로 돌아갈 것을 애원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돌아갈 수는 없다. 내 본래의 뜻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죽어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이별과 죽음을 필할 수 없는것, 생사를 두려워하고있는 한 사람들은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의 이 수행은 내 자신만이 아니라 부왕과 이모와 아내와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을 구하려고 하는 뜻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나의 수행은 아직 멀었다. 나의 수행을 방해하지 말고 어서 돌아들 가거라.”
사신들은 태자의 이같은 굳은 의지 앞에 더 할 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돌아가게 되었다. 그 뒤 싯다르타는 웃다카 라마풋타라는 스승을 찾아가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웃다카는 칠백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사유(思惟)를 초월하고 순수한 사상자만 남는 비상비비상처의 경지에 이르는 길을 가르치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얼마 안되어 또 웃다카 스승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웃다카는 젊은 수도승 싯다르타를 두려워하면서 그 이상의 높은 경지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자기가 출가한 궁극의 목적이 여기에 잇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더 이상 그 곳에 머물지 않고 다시 길을 떠났다.
세상에서라면 불완전한 스승도 용납될 수 있지만 진리의 세계에 있어서는 용납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보다 완전한 스승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싯다르타의 지나친 욕심이었다. 이 세상에서 완전 무결한 스승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뒤늦게야 할게 되었다. 어디를 찾아가 보아도 그럴 만한 스승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무렵 인도에서 가장 으뜸가는 수행자로 아라라와 웃다카 두 선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싯다르타는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더 이상 의지하고 배울 스승이 없다는 허전함이었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어디를 찾아가 보아도 내가 의지해 배울 스승은 없다. 이제는 내 자신의 스승이 될 수밖에 없구나. 그렇다, 나 혼자 힘으로 깨달아야만 한다.’
싯다르타는 지금까지 밖으로만 스승을 찾아 헤매던 일이 오히려 어리석게 생각되었다. 가장 가까운 데 스승을 두고 먼 곳에서만 찾아 헤맨 것이다. 이제는 내 자신밖에 의지할 데가 없다고 생각을 돌이키자 자기 자신의 존재 의미가 새로워졌다. 싯다르타는 우선 머물러 도 닦을 곳을 찾아야 했다. 마가다나라의 가야라는 곳에서 멀지 않은 우루벨라 마을의 숲이 마음에 들었다. 아름다운 숲이 우거진 이 동산 기슭에는 네란자라강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이곳을 수도장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