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이불하고

천금지석산위침 天衾地席山爲枕 하늘을 이불하고 땅을 자리하며 산을 베개로 삼고

월촉운병해작준 月燭雲屛海作樽 달을 촛불로 구름을 병풍하고 바닷물을 술로 잔에 부어

대취거연잉기무 大醉居然仍起舞 크게 취해 거리낌 없이 일어나 춤을 추니

각혐장수괘곤륜 却嫌長袖掛崑崙 외려 긴 소매가 곤륜산에 걸리는 게 싫구나.

참으로 호탕한 기백이 넘치는 시이다. 우주를 마음대로 휘젓는 대장부의 기개가 살아있다고나 할까? 천지의 공간이 오히려 작게 느껴져 소매 자락이 멧부리에 걸리는 것이 싫다니 도대체 얼마나 큰 무대가 있어야 하는가? 도통을 하여 통이 큰 사람에게는 사바의 무대가 사실 좁게 느껴질지 모른다. 무한한 도에 합한 마음이 유한한 세계를 상대하는 것이 성에 차지 않을 테니까.

진묵(1562~1633)대사는 이조 중기의 도승으로 알려진 스님이다. 김제 만경 불거촌 출신으로 7살에 전주 봉서사에서 출가하였다. 머리가 영특하여 책을 한번 읽으면 모두를 기억했다고 한다. 변산의 월명암, 전주의 원등사, 대원사 등지에 머물렀으며 많은 신이한 이적을 보인 스님으로 알려졌다. 주장자로 나한의 머리를 때려 신도의 꿈에 머리에 혹이 난 나한의 모습이 보였다거나, 경전을 보다가 삼매에 들어 날이 지나는 줄을 몰랐다는 등 여러 가지 일화가 전해진다. 『진묵대사 유적고』라는 책에 대사에 관한 여러 가지 일화가 기록되어 전해진다.

지안스님 글. 월간반야 2005년 5월 제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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