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기 전이나 죽은 후에도 홀로 신령스러운 것이여

신전신후독영영 身前身後獨靈靈 태어나기 전이나 죽은 후에도 홀로 신령스러운 것이여

일체여래출차경 一切如來出此經 일체 부처님이 여기서 나왔다네

헐즉광심변상견 歇盡狂心便相見 미친 마음만 쉬면 바로 볼 수 있나니

수추천정월정정 水秋天淨月亭亭 가을 물 맑은 하늘, 달이 떠 있구나

생사를 초월한 그 무엇이 있을까? 예로부터 선가의 법문에 “생사를 따르지 않은 한 물건”이라는 말을 자주 써 왔다. 신령스럽고 밝기만 하여 어둠에 빠지는 일이 없다 하였다. 일체 부처님의 출신처라 하기도 하고 중생의 본각지라고 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덮어주고 실어주는 천지의 덕(德)도 여기에서 나온다 하였다.

중국 송나라 때 묵조선의 거장 굉지정각(宏智正覺:1091~1157) 선사가 지은 이 시는 망념을 쉬기만 하면 된다는 묵조의 주장을 대변해 놓은 말이다. 그는 묵조명(黙照銘)이란 유명한 글을 남겨 선수행을 화두를 들지 않는 방법인 묵조법으로 설했다. 『능엄경』에도 ‘헐즉보리(歇卽菩提)’라 하여 거울을 보다 광기가 발동하여 거리를 뛰쳐나간 연야달다의 비유를 들어 ‘쉬면 바로 깨달음’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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