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자무심어만물 但自無心於萬物 온갖 물건 대하여도 무심해지면
하방만물상위요 何妨萬物常圍遶 나를 방해할 게 무어 있으랴
목우불파사자후 木牛不怕獅子吼 나무 소가 사자 울음 겁내지 않듯
흡사목인견화조 恰似木人見花鳥 허수아비 꽃 본 것과 다를 바 없네.
중국 선종사에서 거사로써 크게 선풍(禪風)을 드날린 사람이 있었다. 인도의 유마거사에 비유되는 방온(龐蘊․?~808)거사이다. 성만 따서 방거사로 불리어졌는데 처음 석두희천(石頭希遷)선사를 참방해 선지를 터득하고, 다시 마조도일(馬祖道一) 선사를 뵙고 크게 깨쳤다고 알려졌다. 대대로 유학을 숭상하던 명문가문의 부호였으나 불교에 귀의하고는 빈궁한 사람들에게 재산을 나눠주고 산속에 들어가 초막을 짓고 살면서 가족 모두다 생사를 자유자재하는 도인으로 살았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는 주옥같은 많은 선시(禪詩)를 남겼다. 그의 딸 영조(靈照)가 선기(禪機)가 민첩해 아버지가 앉던 좌복에 앉아 먼저 좌탈(坐脫)을 하였다는 일화도 있다. 당시의 많은 선사들과 교유하면서 선지를 폈으며, 특히 불상을 태워 소불공안(燒佛公案)을 남긴 단하천연(丹霞天然)선사와는 평생의 벗이 되어 지냈다. 마지막 임종시에 친한 친구였던 절도사 우적의 무릎을 베고 입적하면서 “모든 것이 공하기를 바랄지언정 결코 없는 것을 진실로 존재하는 것인 것처럼 생각하지 마시오. 세상을 잘 사시오 모두가 메아리와 같았소이다”라는 임종게를 남겼다.
지안큰스님 글. 월간반야 2008년 2월 제8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