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타니파타(sutta-nipata)를 다시 읽으며

선택하지 않은 것도 선택이라 했던

사르트르를 생각하다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오래전 시월 어느 날

은행잎이 깔아놓은 샛노란 융단 길은

윤슬처럼 반짝였다.

수타니파타(sutta-nipata)를 다시 읽으며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 꽃잎을 따서

따신물에 그 마음 우려마시며

다시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오래전 시월 어느 날, 소금창고에 마주 앉아

양고기 스테이크를 한손으로 먹었는지, 양손으로 먹었는지

기억에는 없지만

아이리쉬 커피의 푸른 불꽃은 신비로웠다

아,

비행접시처럼 날아오르던 푸른 불꽃이여

부처님의 광배(光背)처럼 따습게 빛나던 횃불이여

다시 이 가을, 모기도 쇠파리도 없는

소금창고에 혼자 앉아 편지를 쓴다.

연화대의 촛불을 무쏘의 뿔처럼 이고 가는

그대만 읽을 수 없는 길고 긴 연서를 쓴다

* 이 詩는 경남 시인협회 창간호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 윤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 설화상봉수 : 차나무

文殊華 하 영 (시인 , 마산반야학당 회원) 글. 월간반야 2009년 2월 제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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