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대일경(大日經) – 비로자나 부처님

생명의 소중함 일깨우는 경
무행·선무외에 의해 중국으로 전해져

해마다 봄이 되면 봄을 장식하는 꽃들이 여기 저기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납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꽃을 좋아하십니까? 꽃들 가운데는 진달래와 개나리를 비롯하여 목련, 장미, 그리고 진한 향기를 가진 외래종 꽃들도 있습니다. 이 많은 꽃들 중에는 실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무명초(無名草)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화려한 꽃이나 이름이 없는 꽃이나 모두가 최선을 다해 피어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것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꽃이 없습니다. 이렇게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경전이 있는데 바로 <대일경>이 그러한 경전입니다. 이 경전에서 나타난 만다라의 세계가 모든 존재의 소중함을 잘 표현하고 때문이지요.

만다라(曼茶羅)는 범어 mandala를 소리나는 대로 읽은 것으로서 우주의 진리를 언어가 아닌 그림으로 표상한 도상(圖像)입니다. 만다라는 본질, 취집(聚集), 윤원구족(輪圓具足)등으로 한역되는 데, 취집은 무수한 부처님이 모인다는 의미이고, 윤원구족은 바퀴의 살이 모두 가운데 축으로 모아져 하나를 이루듯이 대일(大日)여래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원만한 공덕을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대일경>의 한역 경명(經名)은 <대비로자나성불신변가지경(大毘盧遮那成佛神變加持經)>이고, 범본은 산실되어 버렸으나 티베트본은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대일경>에는 광략이본(廣略二本)이 있었다고 하는 데, 광본은 10만송 삼백권이고, 약본은 그 요점만을 간추려 편집한 것으로 현존본(現存本)이 그것이라고 합니다.

이 경전의 전체 구성은 전7권 36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권부터 6권까지의 31품은 당나라 무행(無行)스님이 7세기 후반 나란타사(那爛陀寺)에서 입수한 것으로, 그가 북인도에서 입적하자, 이 <대일경>은 중국으로 보내져 장안(長安)의 화엄사에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7권 5품은 그 후에 인도의 선무외(善無畏)삼장이 간다라에서 범본을 가지고 들어와서 번역한 경전인데, 선무외가 이 경전을 번역하면서 이 두가지를 합친 것이 현재의 한역입니다. 따라서 앞의 6권 31품이 경전의 주된 내용이고, 뒤의 7권은 응용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양차제법(供養次第法)입니다.

이 번역과정에서 선무외가 강술한 <대일경>의 내용을 그의 제자 일행(一行)이 기록하여 <대일경소> 20권을 저술했는데 이 자료가 이후의 <대일경> 연구에서 결정적인 지침서가 되고 있습니다.

경전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대일경>의 이론적인 설명은 제1 ‘주심품(住心品)’에서 설하고, 실천 수행의 설명은 제2 ‘구연품(具緣品)’ 이하에서 설해지고 있습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주심품’에서는 비로자나여래가 집금강비밀주(執金剛秘密主)의 ‘부처님의 지혜(一切智智)를 어떻게 얻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설명하는데, 그 중심사상은 소위 “삼구(三句)의 법문”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보리심을 인(因)으로 하고, 대비를 근(根), 방편을 구경(究竟)으로 한다는 내용입니다.

다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자기 마음’을 관찰하는 것, 즉 여실지견심(如實知見心)이 바로 불(佛)지혜의 획득이라는 것입니다. 마음은 보리(菩提)와 다르지 않으니까 자신의 마음 그대로 보리를 구해야 하고, 바로 그 범부의 마음으로부터 차례로 향상시켜 가는 순세(順世)의 팔심(八心)과, 세간적인 육십심(六十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우리들 개개인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마음이 법신비로자나를 존속시키는 원인인 것이고, 이때 깨달음이란 바로 ‘자신의 마음을 여실하게 두루 아는 것’이며, 우리 인생은 자기 마음을 아는 과정일 때에 참된 의미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이와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바로 <대일경>의 ‘주심품’이고 또한 삼구(三句)입니다.

제2 ‘구연품’에서는 만다라(曼茶羅) 건립의 방법을 비롯하여 방위를 정하는 법, 아사리와 제자의 자격조건 등을 설하고, 제3 ‘식장품(息障品)’으로부터 제30 ‘세출세지송품(世出世持誦品)’에서는 만다라, 관정(灌頂), 호마(護摩), 인(印), 진언 등 밀교의 기본적인 행법(行法)의 원형이 설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일경>에 근거한 만다라를 ‘태장만다라(胎藏曼茶羅)’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세 종류가 있습니다. 즉 대만다라(大曼茶羅)와 법만다라(法曼茶羅) 그리고 삼매야만다라(三昧耶曼茶羅)입니다.

태장만다라의 ‘태장’이란 모태(母胎)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보리심의 인(因)을 탁태(託胎)에다 비견하고, 대비의 근(根)을 출태(出胎)에다, 방편의 구경(究竟)을 생장(生長)에 비유하여 수행자가 삼구전생(三句轉生)하는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또 태장만다라는 연화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대일경>은 법신불인 대일여래의 교설로서 특이한 불신론(佛身論)을 전개하고 있는 경전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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