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年竄逐病相仍(삼년찬축병상잉) 삼년의 은둔 생활 병까지 들고 보니
一室生涯轉似僧(일실생애전사승) 한 칸 집에 사는 신세 스님을 닮았네.
雪滿四山人不到(설만사산인부도) 눈 덮인 사방 산엔 찾아오는 사람 없고
海濤聲裏坐挑燈(해도성리좌도등) 눈보라 소리 속에 앉아 등불의 심지를 돋운다.
산간의 작은 오두막집에서 은둔생활을 하는 겨울밤의 풍경을 묘사해 놓은 시이다. 작자는 고려 말의 문신 최해(崔瀣: 1287~1340)로 신라 때의 최치원의 후손이다. 못난 늙은이라는 뜻의 졸옹(拙翁)이라는 호를 썼다. 성균관 출신으로 문과에 급제 벼슬에 나아가고, 34살 때는 연경에 가 원나라의 과거에도 급제하여 원나라의 벼슬을 잠시 하기도 하였다.
5개월 만에 귀국하여 성균관대사성이 되어 벼슬을 누렸으나 말년에는 사자갑사(獅子岬寺)의 밭을 빌려 농사를 지으며 학문에 몰두 저술에 힘썼다. 성품이 강직하여 권세에 아부를 못하고 때로는 남을 호되게 비판하여 파란을 겪으며 출세에 지장을 받기도 했다. 해도라는 말은 바다의 파도소리를 뜻하는 말이지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간에는 바다가 있을 턱이 없으므로 여기서는 눈보라 소리를 말한 것으로 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