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하소유 山中何所有 산중에 무엇이 있느냐고요
영상백운다 嶺上多白雲 산마루에 흰 구름이 많이 있지요
지가자이열 只可自怡悅 단지 스스로 즐길 뿐이며
불감지증군 不堪持贈君 그대에게 갖다 줄 순 없사옵니다.
이 시는 양(梁)나라 무제(武帝) 소연(蕭衍)의 친구였던 도홍경(陶弘景452~536)의 시이다. 그가 구곡산(九曲山)에 들어가 칩거해버리자 무제가 그를 불러내기 위하여 산중에 무엇이 있어 나오지 않느냐고 묻자 이에 답해주면서 지은 시로 알려져 있다.
도홍경은 일찍이 왕실에 들어가 왕손들을 가르친 인연이 있어 소연과도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산중에 들어가 있는 도홍경을 무제는 국사를 펴는 정치의 참모로 여겨 그의 고견을 청취하려 하여 도홍경을 산중재상(山中宰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소연이 제(齊)나라를 공격하고 새로 나라를 세울 때 양(梁)이라는 국호를 도홍경이 지어 주었다.
도홍경은 타고난 자질이 많아 사상가로 알려지기 이전에 시인이자 서예가였고 의사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한 때 양생술에 심취해 도교를 연구 도교사상을 체계화 하는 데 공을 남기고 『진고(眞誥)』, 『등진은결(登眞隱訣)』 등의 유명한 도교의 저술을 남기기도 하였다. 불교에도 조예와 관심이 많아 만년에는 불교의 오계(五戒)를 지키면서 생활하기도 하였다.
요산 지안 큰스님 글. 월간반야 2009년 6월 제 1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