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때가 다하면 영혼이 오고 가는 곳, 생사가 나아가는 곳을 알게 되리라.” 부처님이 한 사문에게 물었다. “사람의 목숨이 얼마 사이에 있는가?” “며칠 사이에 있습니다.”
“그대는 도를 모르는구나.” 다시 다른 사문에게 물었다. “사람의 목숨이 얼마 사이에 있는가?” “예, 밥 한 끼 먹는 사이에 있습니다.” “그대도 도를 모르는구나.”
세 번째로 다른 사문에게 물었다. “사람의 목숨이 얼마 사이에 있는가?” “예, 숨 한 번 쉬는 호흡지간에 있습니다.” “장하다 그대는 도를 바로 알았구나.”
이상은 <사십이장경>에 설해져 있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목숨이 얼마 사이에 있느냐고 물어 대답을 듣고, 도를 알고 모른다는 판단을 내린 이 이야기는 목숨의 무상함을 알아야 도를 알 수 있다는 뜻을 가진 지극히 간단명료한 법문이다. 이는 곧 무상을 통해 무아를 알아야 한다는 수도자의 수행관을 명시해 놓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42장으로 되어 있어 경 이름을 <42장경>이라 하는 이경은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 가장 먼저 번역된 경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교경>, ‘치문(緇門)’에 수록된 <위산경책>과 함께 불조삼경(佛祖三經)이라 불려진다.
사람은 태어남에서 늙음에 이르고, 늙음으로부터 병에 이르고, 병으로부터 죽음에 이른다. 그 괴로움은 한량없다. 마음은 괴롭고 죄는 쌓인다. 그러면서도 나고 죽음이 쉬지 않으니 그 괴로움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하여 인생이 괴롭다.
또 하늘과 땅, 산, 강 등 천지만상 그 모든 것이 무상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하였다. 무상과 괴로움, 이 말은 부처님이 가장 자주 하신 말씀으로 경전 속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이다. 무상(無常)은 범어 아니탸(anitya)를 번역한 말로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뜻으로 무아(無我) 괴로움(苦)의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말이다.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이다’라는 부처님의 말씀도 있다. 사실 불교교리는 무상이라는 말에서 시작된다. 3법인 가운데 ‘모든 것이 덧없다’는 제행무상인(諸行無常印) 법을 결정하는 첫 번째 도장이다. 무상은 고(苦)와 무아(無我)와 연결되어 불교의 근본 사상적 바탕이 된다. 종파의 구분 없이 불교를 표방하는 근본 색채가 되는 말이다.
<현양성교론> ‘성무상품’에서는 무상의 성질을 세 가지로 설명하면서 일어나는 모습과 없어지는 모습, 그리고 머물러 변화하는 모습이라 하였다. 부처님의 마지막 말씀도 무상이었다. “모든 것은 덧없다.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
樂山 지안 큰스님 「불교신문 2801호」, 월간 반야 2012년 8월 14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