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가늘어 방울도 되지 않고

春雨細不滴(춘우세부적) 봄비가 가늘어 방울도 되지 않고

夜中微有聲(야중미유성) 밤중에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온다.

雪盡南溪漲(설진남계창) 눈 녹은 남쪽 시내 물이 불어났으니

草芽多少生(초아다소생) 새싹들도 많이 돋아났겠지.

봄밤에 가늘게 내리는 가랑비 소리를 희미하게 듣고 눈 녹은 시냇가에 돋아날 새싹들을 생각하는 시상이 무척 자연스럽다. 대지를 적셔주는 봄날의 밤비가 만물을 소생시키는 영양임을 이 시는 은연중 일깨워 준다.

이 시는 고려 말 충신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1337~1392)가 지은 시이다. 동방 이학(理學)의 시조라고 불리기도 한 그는 대학자로서의 이름을 남겼지만, 여말의 어지러운 정치 현실 속에 임 향한 일편단심의 지조를 읊은 시조 단심가를 남겨 만고의 충신으로 이름을 남겼지만 선죽교에서 피살을 당하는 한을 남기고 생애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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