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발천가반 一鉢千家飯 바루 하나로 천가의 밥을 빌면서
고신만리유 孤身萬里遊 외로운 몸 만리를 떠도네
청목도인소 靑目睹人少 눈 푸른 이 알아주는 사람 없으니
문로백운두 問路白雲頭 흰 구름에게 갈 길을 물어 볼까나.
운수송(雲水頌)으로 알려진 포대화상(布袋和尙)의 시다. 이 시 한 편이 그의 생애를 말해 주고 있다. 일생을 떠돌이 삶을 살았다는 포대화상의 애환이 엿보이는 내용이다. 구름처럼 물처럼 정처 없이 떠돌며 유랑으로 일생을 보낸 그도, 어쩌면 자신을 알아주는 지기가 없어 무척이나 외로웠는지 모른다. 구름에게 길을 묻는다는 마지막 구가 세상을 초월한 자의 자유보다 그리움의 향수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포대화상은 생몰연대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그는 기이한 언행으로 세상을 살아 숱한 일화를 남긴 전설적인 인물로 부각되어 있다. 중국 오대(五代) 때 양(梁)나라 봉화(奉化)출신으로 몸이 뚱뚱하고 배가 늘어져 이상한 모습을 하고 지팡이에 자루를 걸어 메고 다니면서, 무엇이든지 보면 달라고 하여 그 속에 넣어 담아 사방을 떠돌아 다녔다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면 이상한 말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날씨나 길흉화복에 대한 것을 말해 정확히 맞춰주기도 했다고 한다. 긴 자루를 메고 다닌다 해서 당시 사람들이 그를 포대화상이라 불렀으며, 또 장정자(長汀子)라 부르기도 했다. 미륵보살의 화현(化現)이라고 그를 존경하여 그의 모습을 그려 받드는 풍습도 생겨 후대에까지 전해졌다. 실제 그가 단정히 앉아서 입적할 때에(일설916년), “미륵진미륵(彌勒眞彌勒) / 분신백천억(分身百千億) / 시시시시인(時時示時人) / 시인자불식(時人自不識)”이란 게송을 읊고 입적하였다 고한다.
미륵, 참된 미륵이여!
백천억으로 몸을 나누어
때때로 그때 사람들에게 보여줬건만
그때 사람들 아무도 모르는구나.
지안스님 글. 월간반야 2003년 12월 제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