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여하사서벽산 問余何事栖碧山 내게 왜 산에 사느냐고 묻는다면
소이부답심자한 笑而不答心自閑 빙그레 웃을 뿐 대답 못해도 마음 더욱 넉넉하네
도화류수묘연거 桃花流水杳然去 복사꽃 물에 흘러 아득히 가니
별유천지비인간 別有天地非人間 인간세상 벗어난 또 다른 세계라네
너무나 잘 알려진 이태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는 시다. 산거(山居)생활의 탈속한 맛이 진하게 느껴지고 있다. 왜 산에 사느냐는 말에 빙그레 웃을 뿐, 모든 것에서 초월된 마음이 저절로 한가롭기만 하다는 두 번째 구는 정말 뉘앙스가 미묘하여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사실 세상사라는 것이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죽느니 사느니 하는 범부들의 문제가 속세를 초월해 버릴 때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무릉도원의 선경(仙境)을 읊은 시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상세계를 동경하는 인간의 순수한 정서를 소담하게 나타내었다고도 하겠다. 세상의 근심걱정을 이고 살 때는 선(禪)을 맛볼 수 없다. 잠시라도 근심을 풀고 자기의 본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본래 마음이란 번뇌 망상이 일어나기 이전의 마음이다.
예로부터 산은 시끄러운 세상을 피하는 인간의 휴양처로 인식되기도 했다. 또한 사색과 명상을 할 수 있는 수행의 곳이었다 특히 불교에서는 입산출가니 입산수도니 하는 말을 써 오면서 도를 닦으러 산에 들어간다 하였다. 산중에 산다는 것은 세상의 시끄러움을 벗어났다는 뜻과 함께 수도에 종사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연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곳도 산이다. 숲이 있고 골짜기가 있고 봉우리가 있고 기슭이 있다. 산은 인간과 자연이 동화되는 곳이어서 명상이나 선(禪)수행을 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지안스님 해설. 월간반야 2002년 5월 (제1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