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노인을 모시고 사노라면 자주 듣는 말들이 있다. “어느 병원이 좋다 쿠더라(하더라)”, “어떤 약국이 좋단다”, “어느 한의원이 용하다고 하던데”, “누구는 어느 의원에 다녀온 뒤 씻은 듯이 나았다 쿠더라” 는 등 자녀들이 미처 몰랐던 편작의 후예 명의들의 정보를 숱하게 듣게 된다. 아마 이런 정보를 듣고도 그곳에 가지 않고 견뎌내는 자녀 또한 드물 것이다. 처음에는 예사로 던지는 말 같지만 강도가 점점 더해져서 나중에 그 의사의 치료나 그 약국의 약을 먹어 보지 않고서는 돌아가신 후 한이 될 것 같아 그냥은 넘기지 못하는게 일반적이다.
인구의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정책적 뒷바라지가 따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2020년쯤이면 전 세계인구의 4분의 1이 노인 인구가 된다는 예측통계가 나오는 것을 보면 좀더 적극적인 노인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도 ○○노인병원, ○○효도병원, ○○한방병원을 비롯한 동네○○의원, ○○한의원 등이 주로 노인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온갖 묘안을 짜내고 있다. 그러나 특별히 시설이나 노인전문 의료진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황토찜질방, 물리치료실 등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복도에는 혈압 측정계를 설치해 놓고 노인들을 친절하게 맞고 있다. 의료진이라야 대개는 내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마취과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노인성 질환이란 대개 고혈압, 당뇨, 천식, 위장병에다 퇴행성 관절, 중풍 등이 주류를 이루니까 병원에서 이에 걸맞게 중풍예방 클리닉, 치매예방 클리닉, 물리치료를 한다고 한 주일에 한번씩 10여 차례 주사를 맞으면 치료가 된다고 한다. 가끔씩 병원에 들러 보면 노인 환자들의 대기실이 찜질방이고 거기서 물리치료를 겸하고, 치료를 받고서도 특별히 빨리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은 그 곳에서 놀다가기도 한단다. 한의원이나 한약방에서는 침술이나 한약을 통해 치료하기도 한다. 치료의 효과에 대해서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도 긍정적인 면이 그래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지난주 노모께서 시골 면소재지의 모 한의원이 영험이 있다고 조르시길래 이틀을 가서 침술 치료를 받고 왔다. 퇴행성관절염이 침술로 어떻게 치료될지 의문이다. 다행이 둘째 날은 그 곳 5일장이 서는 장날이라서 시장 구경을 하느라 기다리는데 지루함은 덜했다. 치료받으러 오는 환자는 장날이라 좀 많은 것 같았지만 70대 이하는 보이질 않았고, 남자는 극소수고 대부분이 할머니들이었다. 결국 한의원에도 이틀을 끝으로 환자의 마음은 돌아서고 말았다. 그 외에도 몇몇 병․의원과 한약방을 다녀 봤지만 믿음이 가는 곳은 드물었고, 또 다른 한의원과 명의를 찾아야 했다.
이미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정책이 개발되고 노인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크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는 않지만 체계적 노인병 관리 대책이 요한 것 같다. 어느 병․의원을 가나 일반 의료진이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들 진료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능력에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당장은 노인전문 의료진의 양성이 급선무인 것 같다. 사회는 점점 핵가족화 되어 가고 있는데 젊은 가족 구성원들이 노인의 병간호를 맡고 있을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와 사회는 좀더 적극적으로 노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물론 가족들의 노인 봉양이 우선 되어야 하겠지만.
김형춘(반야거사회장) 글. 월간반야 2005년 5월 제5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