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박복하다 비웃지 말라

막소생애박 莫笑生涯薄 내 생애 박복하다 비웃지 말라

요현일소도 腰懸一小刀 허리에 찬 작은 칼 하나로

등등천지내 騰騰天地內 하늘과 땅 사이에 늠름하나니

처처진오가 處處盡吾家 이 세상 모든 곳이 내 집이라네

이 시의 작자 침굉(枕肱:1618~1686) 스님은 조선조 숙종 때의 스님이다. 출가 수도자의 기백이 넘치는 이 시 한 편이 그의 생애를 돋보이게 한다. 법명이 현변(懸辯)이었던 그는 9살에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으나 10년이 지난 19살 때 고산 윤선도가 양자로 삼아 환속시키려 하였으나 울면서 애원하여 승려로 남았던 사람이다. 그런 뒤 을사사화 때 윤선도가 광양에 유배되었을 때 찾아가 창랑가(滄浪歌)를 지어 위로한 일도 있었다. 소요태능(逍遙太能)의 법을 이어 선암사, 송광사 등 호남의 여러 사찰에 주석하면서 법을 폈다.

부귀영화 멀리하고 가진 것 없어도 허리에 패도하나 차고서 천지 안에 꿀리지 않게 살았다. 운수행각으로 천하를 떠도니 어디든지 내 있는 곳이 내 집이 된다. 작은 칼은 세상을 바로 보는 안목 곧 지혜의 칼을 상징하는 것이다.

요산 지안 큰스님 글. 월간반야 2007년 9월 제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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