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으로 갈라진 산의 작은 오솔길에

산북산남세로분 山北山南細路分 남북으로 갈라진 산의 작은 오솔길에

송화함우락빈분 松花含雨落繽紛 비 머금은 송화가 어지럽게 떨어지는데

도인급정귀모사 道人汲井歸茅舍 도인은 물을 길어 띠집으로 돌아가고

일대청연염백운 一帶靑煙染白雲 푸른 연기 띠를 둘러 흰 구름을 물들이네.

산중의 띠를 엮어 지붕을 만든 움막집에 한 도인이 샘에서 물을 길어가 밥을 지었는가 보다. 굴뚝에서 솟아 오른 푸른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 흰 구름을 물들인다. 마침 산에 들어와 오솔길을 가던 한 나그네가 이 광경을 보고 시를 한 편 지었다. 고려의 문신 이숭인(李崇仁1349~1392)이 지은 이 시는 푸른 연기(靑煙)라는 제목으로 전해지는 시이다.

고려 말의 문신으로 삼은(三隱)의 한 사람인 도은(陶隱) 이숭인은 대학자이면서도 정치적 파란만장을 겪은 인물이었다. 문장이 출중했던 그는 정몽주와 더불어 실록을 편수하고 벼슬도 역임 동지사사 등에 전임되기도 했지만 여말의 혼란한 정치적 와중에 수차례의 유배를 당하고, 조선조의 개국에 이르러 정도전과 처세를 같이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도전이 보낸 자객 황거정에 의해 유배지에서 장살(杖殺)을 당해 비운의 생애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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