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서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해, 서러울 때
부전나비 한 마리 살포시 앉아 말을 겁니다.
서 있는 곳이, 내딛는 걸음걸음이 바로
백척간두, 적막강산인 걸 몰랐느냐?
어깨를 담쏙 안아 바람새의 등에 태워
온갖 더러움 단박에 녹아내리는 바이칼 푸른 물로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몸을 씻겨
수심 1,620m 깊은 물에 자맥질을 시킨 다음
보드랍고 따스한 천의를 입혀 주시는 당신
톈산산맥 어느 산기슭 비자나무숲에서
오랫동안 숨 고르게 한 뒤
쿤륜산(崑崙山), 수미산을 한 바퀴 돌아
타르사막 물결무늬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웃뜨빨라(utpala) 봉오리로 앞섶 꼭꼭 여며
내 집까지 데려다주시는 당신
간절히 부를 때마다 한걸음에 달려와,
지혜의 손길로 번뇌를 끊어주시는 당신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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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련화(靑蓮華)를 산스크리트어[Sanskrit語, 梵語]로 웃뜨빨라(utpala, 우트팔라) 라고 하며 한역경전에서는 우발화(優鉢華), 우발라화(優癖華) 등으로 음사하고 있습니다.
文殊華 하영 시인 글. 월간 반야 2011년 4월 12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