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무도 없이

춘산무반독심유 春山無伴獨尋幽 길동무도 없이 혼자 봄 산 깊숙이 들어가니

협로도화친장두 挾路桃花襯杖頭 길가의 복사꽃 지팡이에 스친다.

일숙상운소우야 一宿上雲疎雨夜 상운암의 밤은 성근 비에 젖는데

선심시사양유유 禪心詩思兩悠悠 선심과 시 생각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이 시는 불우한 생애를 마쳤던 조선조 명종 때의 허응당(虛應堂) 보우(普雨) 선사의 시이다. “지금 내가 없으면 불법이 영원히 끊어질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기꺼이 불교를 위해 순교의 길을 택했던 그도 문정왕후가 살아 계셨을 땐 두터운 신임을 받고, 온갖 탄압을 받고 쇠망하는 불교를 부흥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유생들의 끈질긴 협공을 받던 보우선사는 문정왕후가 죽자 끝내 제주도로 귀양을 갔다가 타살을 당한다. 문정왕후가 죽자마자 불과 6개월 동안 보우를 죽여야 한다는 계(啓)가 75건, 불교의 폐단과 보우의 처벌을 요구하는 상소가 423건이나 쏟아져 올라왔다고 한다.

이 시는 상운암이란 암자에서 숙박을 하면서 지은 시이다. 제목이 ‘숙상운암’으로 되어 있다.

지안큰스님 글. 월간반야 2007년 5월 제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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