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경전
제1장 피안에 이르는 길
- 반야바라밀의 방편
수부티가 부처님께 물었다.
“부처님, 집착하지 않는 것을 방편으로 반야바라밀을 수행하면 밝은 지혜를 얻으리라는 말씀을 새로 발심한 보살이 들으면 혹시 의혹하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반야바라밀에서 방편을 찾지 못하고 선지식을 얻지 못하면 두려움이 생길 것이다. 방편이란 모든 존재의 자성은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아는, 밝은 지혜와 부합되는 마음을 말한다. 이 마음은 다른 다섯 바라밀까지도 충족시킨다. 이 잡을 수 없는 지헤를 가지고 중생에게 가르침을 베풀고, 그 가르침도 또한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보살의 보시바라밀이다. 스스로 행동하고 스스로 살피면서 그 행동하고 살핌이 잡을 수 없는 것이라고 아는 것은 보살의 지계바라밀이다. 얻을 수 없다는 것으로 알고 모든 법의 고.공.무상.무아를 참고 기뻐하는 것은 보살의 인욕바라밀이다. 무엇이나 다 얻을 수 없는 것으로 알고 또 밝은 지혜에 어울리는 마음으로 정진하여 게으르지 않는 것은 보살의 정진바라밀이다.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수행하면서 조그마한 이기심이나 불순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은 보살의 선정바라밀이다. 이와 같은 방편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반야바라밀을 들어도 의혹하지 않을 것이다. 색을 공이라고 보기 때문에 공한 것이 아니라 색은 본래부터 그 자체가 공한 것이다. 그밖에 다른 법도 공이라고 보기 때문에 공한 것이 아니고 그 자체가 공한 것이다. 보살은 이와 같이 보살의 자성이 공해서 얻을 수 없는 것을 알고 반야바라밀을 알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는 것이다. 그러면 보살의 선지식이란 무엇인가. 모든 것은 그 자체가 공해서 얻을 수 없고, 여러 가지 선한 수행도 공하기 때문에 얻을 수 없다고 가르쳐, 조그마한 깨달음의 안일에 빠지지 않고 밝은 지혜로 나아가게 하는 사람이 곧 보살의 선지식이다. 보살의 악지식은 육바라밀을 버리라고 하거나, 조그마한 이익에 머물러 자기만의 깨달음에 만족하라고 가르치는 사람이다. 모든 것이 공이므로 부처도 없고 보살도 없고 깨달음의 길도 찾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것이 악마의 장난이라고 깨우쳐 주지 않는다면 그는 악지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