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경전
제1장 피안에 이르는 길
- 반야바라밀의 수행
수부티가 부처님께 말했다.
“부처님, 만약 보살이 뛰어난 방편도 없이 반야바라밀을 수행하면서 물질(色).느낌(受).생각(想).의지작용(行).의식(識) 등을 살피고 이런 것의 모양에 집착하여 그릇된 해석을 내린다면 그는 반야바라밀을 잃어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수행할 때에 ‘나는 지금 반야바라밀을 수행하고 있다’ 고 생각한다면 그는 모양에 집착하여 반야바라밀을 잃어버릴 것입니다.”
수부티는 다시 사리풋타에게 말했다.
“반야바라밀을 수행할 때에 여러 법의 모양을 분별하여 존재의 성질이 참으로 있는 것이라고 집착하기 때문에 생로병사와 후세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만약 반야바라밀을 수행할 때에 물질. 느낌. 생각. 의지작용. 의식과 다른 법에 사사로운 마음으로 집착하지 않으면 이것은 참으로 반야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이므로 바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존재의 성질은 공해서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존재를 떠나 따로 공이 없으니, 모든 존재는 공이고 공은 곧 모든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반야바라밀을 수행할 때에는 존재에 대해서 있는 것이라고 집착하지도 말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집착하지도 말며, 있으면서 있는 것이 아니고 있는 것이 아닌 것도 아니라고 집착해도 안됩니다. 모든 존재는 본성이 없는 그것이 본성이므로 그 본성은 찾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보살은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수행하고 그 반야바라밀에서도 모양(相) 을 취하지 않습니다. 모양 없는 것도 취하지 않고, 모양도 아니고 모양 없는 것도 아닌 그것조차 취하지 않으며, 이와 같이 취하지 않는다는 생각까지도 집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반야바라밀은 그 자성이 없어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모든 존재와 반야바라밀에서 취할 것 없는 것을 보살의 ‘얻을 것 없는 삼매’ 라고 합니다. 이 삼매와 반야와 보살, 이 셋이 하나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모든 존재의 성질은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보살은 이 삼매에 들어 ‘나는 이 존재를 가지고 삼매에 들었다.’ 고 생각하지도 않고, 삼매에 있으면서 삼매에 있는 줄도 모르고 또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수부티를 칭찬하면서 사리풋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이와 같이 집착하지 않는 것을 방편으로 하여 반야바라밀을 배운다. 어떤 것이 얻을 것 없는 것인가 하면, 나와 남과 중생과 목숨과 아는 사람, 보는 사람이 모두 실체가 없으므로 얻을 수 없다. 모든 존재는 본래 공해서 얻을 수 없고 항상 청정하다. 청정하다는 것은 모든 존재가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며,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아니고 얻는 것도 짓는 것도 없음을 말한다. 이것을 모르는 것을 무명이라 한다. 중생은 이 무명과 갈애 때문에 망상 분별하여 유와 무의 양극단에 얽매인다. 사리풋타,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수행할 때에는 집착하지 않는 것을 방편으로 수행하여 밝은 지혜를 얻는다. 모든 존재는 자성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