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현대불교신문의 지면을 통해서 공부하는 해외교민입니다. 몇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1)현상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인과율에 지배된다면 중생의 삶은 꼭두각시 같아서 오도하기 전엔 자유의지란 끼어들 자리가 없는게 아닌지요. 2)마음과 육신이 하나일진대 오도하면 인과에서 벗어나야 할텐데 어떤 도인은 왜 병마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는지요.
한마음선원 본원으로 갑니다… ^^ 大行) 1)인과법의 씨앗은 결코 썩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마음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처사님은 인과율이 기계처럼, 화석처럼 굳어져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군요. 삼세심불가득이라는 말을 아시겠지요.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니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또한 없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일 뿐인데 그러면 과거의 업은 다 어떻게 되느냐 했을 때 과거의 업을 지금 이 순간 내가 몽땅 짊어지고 있단 말입니다. 늘 비유로 말씀드리지만 내 자동컴퓨터에 수억겁의 업식이 하나도 남김없이 입력되어 지금 이 순간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육신을 받아 태어나는 것은 과거의 노비문서를 잔뜩 짊어지고 나온 것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이미 입력된 것을 지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것도 비유로 하는 말이 지만 입력된 위에 다시 새 것을 입력해야 하겠지요. 저 녹음테이프를 재생해서 쓰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과거행이란 뭡니까? 방금 한 일도 찰나에 과거가 되어버리지 않습니까? 어째서 자유의지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고 하십니까? 처사님께서 이렇게 질문을 던진 것도 자유의사에 의한 것이지요. 2)백장야호 이야기를 아시는지요. 불락인과라는 말 때문에 오백생이나 여우 몸을 받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때 백장선사께서 뭐라고 가르치셨던가요. 불매인과라 하셨지요? 인과법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시지 않고 인과법에 어둡지 않느니라 하셨습니다. 깨달음이란 어둡지 않음을 뜻하는 것이지 무슨 특별한 능력을 얻는다는 게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는 오신통도 도가 아니라 하셨습니다. 마음공부하는 까닭은 무명으로부터 벗어나 본래 밝아있음을 알고자하는 것이지 신출한 능력을 얻자는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