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20여 년전부터 갑상선 기능저하증과 습진에 시달려 왔습니다. 죽을 병이 아니기에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만 이런 질병은 과거의 어떤 인과업 보로 오는 것이며, 또 제 병을 공부재료로 삼아야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게 근 본에 어긋나지 않는 길인지요.
大行) 먼저 제 몸에 대한 생각부터 바르게 가져야 합니다. 누구나 이 육신을 ‘내 몸’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수 많은 생명체들이 우글우글 공생하고 있는 소우주-공동체인 것입니다. 말하자면 수 많은 중생의 국토인 셈이죠. 마치 이 지구나 우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명체들이 모여 질서를 유지하고 살아가듯이 우리들 몸 속의 중생들도 수억겁을 거쳐온 의식 으로 뭉쳐서 몸을 지구 삼아, 집 삼아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 몸’ 이기 이전에 수 많은 중생이 함께 먹고, 함께 일하고, 함께 잠자는 공동체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병이 걸렸다고 하는 것은 그 공동체의 한 부분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인 데 그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겠는지 잘 생각해 보세요. 지구 에 문제가 생기고, 나라에 문제가 생기고, 한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 게들 하던가요. 대통령이 나서고, 사장이 나서서 진두지휘하며 문제를 해결하 려 하지 않습니까?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경우라면 제 주인이 나서야 하겠지요. 그럼 제 주인은 누구일까요? 나를 형성시킨 내 근본자리가 주인입 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사량,자신의 의식세계를 주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게 주인이라면 왜 병을 고치지 못하고 힘들게 만듭니까? 왜 병이 나기 전에 미리미리 알아서 처리하지 못합니까? 실은 그게 주인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자리, 참 나 주인공이 바로 진짜입니다. 그러니 참 주 인의 능력을 의심치 말고 철석같이 믿고 맡기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의 내 육신, 이 공동체를 형성케 한 주인이 내 몸을 해치는 법은 절대로 없습니 다. 왜냐? 나를 있게 한 그 근본과 지금의 나는 따로따로 일 수 없기 때문입 니다. 고로 몸에 병이 생겼다 해도 그 병은 다 ‘나’라고 하는 공동체의 일이니 ‘나’와 다르지 않고, 나를 있게 한 근본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 량 분별을 지어 쩔쩔매지 마시고 둘 아닌 근본자리에 턱 놓고 ‘주인공의 일 이니 주인공이 해결하라’고 맡기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병도 나와 둘이 아 니니 나를 해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약이 제일’이라고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