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3. 간절히 참구하라

그렇다면 이 화두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

참선 공부를 하는 사람은 이것을 매우 궁금하게 여긴다. 그러나 화두 드는 법에는 특별한 요령이 없다.

‘일념으로 간절히 참구하는 것!’

이 방법 외에는 별다른 요령이 없다. ‘간절 절!’ 이것이야말로 화두법문, 참선법문의 가장 요긴한 방법이다.

간절한 일념으로 크게 의심을 일으켜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화두법의 가장 요긴한 점이요, 크게 의심하는 가운데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실로 “진흙이 크면 부처가 크고, 물이 높으면 배가 높이 뜬다.”는 속담과 같이, 의심이 간절하면 간절할수록 큰 깨달음이 있게 되는 것이다.

신라 말 중국으로부터 동방대보살로 추앙받았던 무염대사의 제자 구정조사는 원래 글을 알지 못하였는데, 어느날 무염대사를 찾아가 간절히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즉심이 불이니라[卽心是佛].”

워낙 무식한 구정조사였는지라, ‘즉심이 부처’라는 스승의 말을 ‘짚신이 불’이라는 말로 알아듣고 말았다.

“짚신이 불? 짚신이 부처라고?”

조금은 이상한 듯하였으나 스승을 지극히 존경하고 있었던 구정조사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우리 스님은 부처님 같은 분인데 허튼 말을 하셨을 리 없다. 부처를 물었는데 어째서 짚신이라고 대답을 하셨는고? 짚신이 어째서 부처인고?”

그날부터 자기 짚신을 머리에 이고 다니면서, 가나 오나 앉으나 서나 “이 짚신이 어째서 부처인고?”, “짚신이 어째서 부처인고?” 하는 생각을 놓아버릴 줄 몰랐다.

하루는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한 다음, 짚신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짚신아, 어째서 네가 부처냐? 짚신아, 네가 어째서 부처냐?” 하다가 그만 깊은 삼매에 들었다.

시간 가는 것도 모르고, 앉았는지 서 있는지도 모르고… 그야말로 ‘산이 산이 아니요, 물이 물이 아닌’ 삼매 속에서 사뭇 “짚신아 네가 어째서 부처냐?” 하며 소리를 지르다가, 홀연히 짚신의 끈이 끊어지는 순간 확철대오하였다.

구정조사의 이와같은 오도연기가 보여주듯이, 화두에는 좋은 화두, 궂은 화두가 따로 없고, 잘되는 화두, 안되는 화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화두에는 비밀도 없다.

“내가 하는 화두를 다른 사람이 알면 어떻게 하나?”

이와같은 생각이야말로 쓸데없는 망상일 뿐이다. 여러 조사어록 속에 있는 1천7백 공안 가운데 어느 화두든지 한 가지만을 택해서, 간절하게 간절하게 의심해 나가는 그것이 참선하는 가장 요긴한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막상 화두를 잡고 있으면 쉽게 화두에 집중하지 못한다. 마치 놋젓가락을 가지고 계란을 잡으려고 할 때 요리조리 미끄러지고 빠져나가듯이, 화두는 자꾸 달아나고 번뇌망상이 자꾸만 스며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포기해서는 물론 안된다. 오히려 화두가 잘되지 않으면 ‘송’이라도 해야 한다. 부처님 명호를 외우듯이 속으로 화두를 외우는 송화두를 꾸준히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 염’자의 염화두가 된다.

우리는 흔히 ‘염불을 한다.’고 하면 목탁을 두드리며 부처님 명호를 부르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구불이지 염불이 아니다.

염불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입으로 꾸준히 하다보면 ‘생각 염’자 염불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와같이 마음속으로 송화두를 꾸준히 하다보면, 굳이 입으로 하지 않아도 목구멍 속에서 화두가 저절로 흘러나오게 되고, 그것이 계속되면 마침내는 염화두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송화두, 염화두를 놓치지 않고 계속하게 되면, 일을 하면서도 말을 하면서도 화두가 또렷하게 들리는 간화두가 되는 것이다.

간화두가 되었을 때 거듭 대용맹심을 촉발하면 홀연히 참 의심이 발기되어, 산을 보아도 산이 아니요 물을 보아도 물이 아닌 대무심에 들게 되는데 비로소 이를 참선화두라 하는 것이다.

참화두만 되면 깨침은 진정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옛 조사스님들은 이러한 경지에서 도를 깨치지 못한다면 ‘너희를 대신해서 지옥에 가겠다.’고 하셨다.

화두 가운데 의심이 끊어지지 아니하면 이것을 진짜 의심이라 하나니, 진짜 의심이 일어날 때는 점차에도 속하지 않고 앞뒤가 끊어져서, 동과 서를 분별하지 못하고 남과 북을 가리지 못하게 되느니라.

만약 진짜 참선을 하고자 할진대는 만 길 깊은 물 속에다 돌멩이 하나를 던진 것과 같이 하여, 꼭대기에서부터 바닥까지 털끝만한 간격도 없이 내려가게 할지니라. 능히 이와같이 화두를 들어 만일 7일 안에 확철대오하지 못한다면, 진실로 나는 너희를 대신하여 지옥에 갈 것이다.

고봉화상의 <선요>에 있는 말씀처럼 진짜 참선은 여러 날 할 필요가 없다. 7일 이상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떤 것이 진짜 참선인가?

화두가 또렷이 잡혀서 놓아지지 않는 경지, 밤이나 낮이나 잠을 깨나 꿈을 꾸나 항상 참 화두가 되는 경지가 진짜 참선의 경지이다. 그와같은 참 화두의 경지에 이르면 누구나 7일을 넘기지 않고 확철대오하게 된다.

日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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