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선자(禪者)가 게송을 청하다

請偈

모든 인연 다 놓아버리면 마음이 비고
철저히 흩어버리면 그 효험을 보리라
몸을 따르는 주장자를 거듭 들고서
어디서나 사람을 만나거든 고풍(古風)을 드러내라

참선을 하면 부디 조사의 관문을 뚫어야 하나니
그 관문 뚫지 못하거든 한가히 보내지 말라
모르는 사이에 목숨을 모두 잃어버리고
하늘과 땅에 사무치도록 털과 뼈가 차가우리

산처럼 뜻을 세워 바짝 달라붙으면
그로부터 큰 도는 저절로 열리리라
몸을 뒤집어 위음왕불 밖으로 한 번 던지면
삼라만상이 모두 한바탕 웃으리라

도를 배우고 참선하려면 산처럼 뜻을 갖고
굳건히 뜻을 세워 끊임없이 공부하라
온 하늘에 목숨 걸고 몸을 뒤집어버리면
속속들이 맑고 맑음이 담(膽)까지 서늘케 하리라

도를 배우고 참선하는 데는 별뜻 없나니
마치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하듯 하라
두 눈이 활짝 열려 같이 밝아지면
위음왕불 공겁 이전을 환히 비추리라
懶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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