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어집] 제5편 영원한 자유인 19. 사명대사(四溟大師)

이러한 무애자재한 경계는 옛날 이야기에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가까운 보기로 사명대사의 비석을 들 수 있습니다.

사명대사는 임진왜란 때 서산대사와 함께 승병을 일으켜 왜적을 물리친 유명한 스님입니다. 스님의 출생지는 경상남도 밀양의 무안입니다. 나라에서는 그곳에 스님의 공적을 찬양하는 비석을 세워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비석에서 이상한 기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나라에 좋은 일이나 궃은 일이 생기려 하거나, 아니면 어떤 중대한 일이 일어나려고 하면, 이 비석에서 물이 나온다고 합니다. 물이 나오는데, 조금 흐르다 마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양이 나온다고 합니다. 많이 나올 때는 대두(大斗) 일곱 말에서 여덟 말까지도 나왔는데, 그동안 동학혁명, 을사보호조약, 한일합방, 3.1운동, 그리고 8.15해방, 6.25사변, 여순 반란사건, 4.19의거, 5.16혁명 때 그 돌에서 물이 나왔다고 합니다. 5.16 때에는 다섯 말이나 나왔다고 합니다. 그때 각 신문에서 이 사실을 많이 보도하였는데 특히 동아일보에서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나는 이 사실을 신문을 통해서 보고, 또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믿기는 어려워 직접 가보았습니다. 비석은 무안 지서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흙으로 대를 모아 놓고 여러 층층대를 올라가서
큰 돌로 좌대를 만들고 그 위에 새까만 돌로 비석을 세워 놓았는데 마치 방금 만든 비석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위레 다시 지붕을 씌워 놓고 비각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주위를 살펴보니 습기 같은 것은 찾아 볼래야 찾아볼수가 없었습니다.

비각 주변에는 비각을 지키는 집이 서너 채 있고 구연이라는 노스님이 계시는데, 표충사 주지스님을 오래 한 분이었습니다. 그 노장스님이 말씀하기를, 비석에서 물이 나오는데 샘처럼 펑펑 쏟아지는 게 아니고 글자 사이사이의 매끄러운 데에서만 마치 구슬 맺히듯 땀 나듯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 물은 비석 전체에서 나오는 것으로 비석 밑에는 물이 고이게 되어 있어서 그 양을 알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비석의 물빛은 보통 물빛과 같고, 또 물맛도 보통 물맛과 같다고 합니다. 내가 갔을 때는 물이 나오는 날이 아니라서 그냥 사진을 몇 장 찍고 내려 왔습니다. 가는 길이 무안 장날이었는데, 사람들을 잡고 사명대사 비석 이야기를 하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구동성으로 비석에서 땀이 난다는 것입니다. 모두들 자기 눈으로 직접 보았다고 했습니다. 물이 나오는 것도 신기하지만, 더욱 신기한 것은 글자에는 전혀 물
이 흐르거나 메워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사를 끝내고 표충사를 들러서 부산으로 왔는데 당시에 동아대학교 총장으로 있던 분이 달려와서 자초지종을 물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임이 분명하다고 이야기 해 주었더니 “스님께서도 남의 말만 듣고 믿습니까?” 하고 반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삼십년 검사 생활을 했다는데, 그렇다면 그 때에 증인들 말을 안 믿고 또 보지 않은 것은 재판 안 하고 직접 본 것만 재판합니까?”하고 되물었습니다. 수백 명의 증인이 있으면 확실한 것입니다. 사명대사가 그 비석을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도 그것은 사명대사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마치 법당의 부처님도 부처님께서 직접 만드신 것은 아니지만 부처님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절도 하고 기도도 드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사명대사는 사백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물을 흐르게 해서 나라의 중대사를 예시하는 신기한 힘을 아직도 발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명대사의 무애자재한 능력이 사후에도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보기입니다.

이런 것은 근본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우리가 본래 갖고 있는, 영원한 생명 속의 무한한 능력을 개발한다면, 귀종 선 선사도 될 수 있고 또 원효스님의 스승인 혜공스님도 될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유자재한 해탈을 성취할 수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열심히 부지런히 공부하여 큰 스님들처럼 자유자재한 해탈도를 성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근본이 되는 핵심은 무엇인가? 바로 영겁불망이니, 곧 영원토록 다시 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겁불망, 이것은 허공이 무너질지라도 조금도 변함없는 대해탈의 경계입니다.

이때 대중들 가운데서 한 스님이 일어서며 말했다.

“스님의 너무도 넓고 박학다식한 법문에 저희들 무지몽매한 중생들이 불같은 의심을 금할 수 없어서 몇 가지 여쭈어 보아야겠습니다.”

“몇 가지 물어 보겠으면, 천천히, 날씨도 시원할 때, 그 때 며칠이고 이야기해 보자. 이리 더운데, 대중이 모두 네 이야기 때문에, 그래 네 이야기 들으며 기다리고 있으란 말이냐, 쌍놈아.”

“그러면 스님은 어떤 분인지, 이것 하나만은 꼭 여쭙고 싶습니다.”

“어떤 분이냐고! 내가 성철이지. 해인사 방장 성철, 나이는 칠십이고…(웃음)”

性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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