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어집] 제4편 3장 신심(信心)이 성지(聖地)다 01. 관음(觀音)보살과 문수(文殊)보살

如何是佛(여하시불) 어떤 것이 부처님입니까?
金沙灘頭馬卽婦(금사탄두마즉부) 금사탄 여울가의 마씨부인이로다.

이것은 임제종의 3세인 풍혈스님의 법문입니다. 어떤 스님이 풍혈스님에게 묻기를 “어떤 것이 부처님입니까?” 하니 “금사탄 개울가의 마씨 부인이다.” 하였습니다.

이 말이 떨이지는 곳(落處), 곧, 근본 뜻은 각자가 공부를 하여 확철히 깨쳐서 참으로 자성을 밝혀야 알지 그 전에는 모르는 것이니 부지런히 공부할 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다만 ‘금사탄두마랑부’라는 말의 출처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은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중국 협서성에 ‘금사탄’이라는 유명한 강이 있습니다. 당나라 정원(貞元 785~804) 때,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는 천하일색의 여자가 이 강가에 살고 있었는데, 사방에서 돈 있는 사람, 벼슬 높은 사람을 비롯하여 온갖 사람들이 그여자에게 청혼하였습니다. 그 여자는 “내 몸은 하나인데 청혼하는 이가 여러 사람이니 내 조건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시집가겠습니다”하며 <법화경 보문품>을 외라는 조건을 걸 었습니다.

그 이튿날 보니 스무 명이 <법화경 보문품>을 하룻밤 사이에 다 외어 달려왔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금강경>을 외우라고 했습니다. 그 다음날 새벽에 보니 또 십여 명이나 되어, 이번에는 <법화경>을 다 외어 오라고 했습니다. <법화경>은 좀 많은데도 사람들은 그래도 이 미인에게 장가들 욕심으로 죽자 하고 외었습니다.

마씨 집 아들 곧 마랑(馬郞)이 사흘 만에 다 외고 달려왔습니다. “참 빨리 외셨습니다. 한번 외어보십시오” 하니 줄줄줄 다 외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참으로 천하에 좋은 낭군을 찾아다니는 중인데 당신 같이 좋은 낭군을 만났으니 이젠 한이 없습니다. 당신에게 시집가겠습니다.”

이렇게 결정되어 혼인날을 받고 성례(成禮)를 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부가 방으로 들어가자, 잠시 후, 축하객들이 채 헤어지기도 전에, 신부가 “아이구 배야, 아이구 머리야!” 하더니 갑자기 데굴데굴 구
르다가 덜컥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마랑은 이 처녀에게 장가 들기 위해 밤잠도 안 자고 <법화경>을 외고 또 외었는데 신부가 죽어버리고 만것입니다. 그런데 금방 죽은 여인의 시체가 썩더니 진물이 줄줄 흐르는 것이었습니다. 천하일색, 그 아름답던 사람의 몸이 금방 오물이 되어 흘러내리니 참으로 흉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만승천자(萬乘天子)가 좋다해도 죽어서 썩으면 그만이듯이, 아무리 미인이라도 죽어서 썩으니 그만입니다.

마랑은 부랴부랴 관을 짜서 여자의 시신을 산에 묻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죽기 전의 그 처녀가 마랑의눈 앞에 어른거렸습니다. 자신이 박복하다고 한탄하며 지나던 어느 날, 스님 한 분이 마랑을 찾았습니다.

“일전에 이곳에서 처녀 한 사람이 죽지 않았습니까, 그 묘소가 어디 있습니까?”

묘소로 안내하니 스님이 갖고 있던 석장으로 묘를 탁 치는데, 묘가 둘로 갈라지면서 그 속에 소복하게 쌓여 있는 누런 황금뼈가 보였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 죽은 사람인데 석장으로 추켜드니 금쇄골(金鎖骨)입니다. 뼈 마디 마디가 고리가 되어서 머리부분을 드니 발 뒤끝까지 끌려 올라왔습니다. 그때 스님이 말했습니다.

“이것을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그 처녀가 버로 관세음보살이야. 이곳 협서성 사람들이 하도 신심이 없어서 너희들을 제도하기 위해 관세음보살님이 처녀 몸으로 나투어 온 것이야. 이 금쇄줄을 봐!”

마랑은 <법화경>을 사흘 만에 다 욀 만큼 영리한 사람이어서 곧 그 뜻을 알았습니다.

‘참으로 참으로 내가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했구나!’

“이렇게 관세음보살이 좋은 법문을 해주었으니 너희들은 부지런히 수행하거라!”

이렇게 말하고 그 스님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것이 유명한 ‘금사탄두마랑부’이니, 금사탄 개울 가의 마씨 부인이 라는 뜻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의 고사입니다.

문제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관세음보살이 화현(化現)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의심이 가는 것을, 이해가 안된다고 하여, 그것을 거짓말이라고 단정한다면 산채로 지옥에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관세음보살이 세인(世人)에게 나타난 사례는 아주 흔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보타락가산(寶陀洛迦山)입니다. ‘보타’란 인도말로 ‘희다’는 뜻이고 ‘낙가’는 ‘꽃’이란 말로서 보타락가는 ‘흰꽃’이
란 뜻입니다. 관음도량(觀音道場)은 백화도량(百華道場)이라고 합니다.

보타락가산에 조음동(潮音洞)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나는 가보지 못하 였지만 사진으로는 여러번 보았습니다. 그곳에서는 누구든지 정성껏 기도하면 수시로 관세음보살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중국에는 성지(聖地)와 명소가 많지만 돈이 많이 생기는 곳은 보타락가산입니다. 온 천하 신도들이 관세음보살을 친견하려고 많이 오기 때문입니다.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이 모여 향을 꽂고 정성껏 기도를 하면, 그 가운데 관세음보살이 나타나서 때로는 법문도 하고 여러 동작을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 것을 보면 신심이 솟아나서, 신도들이 돈을 막 쏟아 놓고 갑니다. 그래서 해방 전까지만 해도 보타락가산 절 한 곳에만도 대중스님이 사천여명 살았습니다. 그리고 신도들이 자꾸 와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후에는 돈을 쏟아 놓고 갑니다.

그런데 제일 문제되는 것은 사신공양(捨身供養)입니다. 관세음보살 친견에 너무 감격하여 ‘이 몸을 관세음보살께 바치겠다’고 높은 절벽에서 떨어져 몸을 공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신공양을 못하도록 관세
음보살이 자주 나타나는 주변에는 이리 저리 막아서 사람이 죽지 못하도록 조치를 했습니다. 그래도 가끔 사신공양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것이 유명한 보타락가산의 관세음 현신(現身)입니다.

관세음보살은 보타락가산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금사탄에도 퍽 자주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금사탄두마랑부’라는 이 이야기는 보통 사람이 말한 것이 아니고 선종의 가장 큰 종파인 임제종의 제3세 적손(嫡孫)인 풍혈스님이 하신 말씀입니다.그러나 풍혈스님이 말씀하신 그 법문의 근본 뜻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공부를 하여 확철히 깨치기 전에는 모르는 것으로, 나는 다만 그 연유가 어찌 된 것인가를 말한 것입니다.

이것보다 더 유명하며 기적적인 법문이 선가에 있습니다. 전삼삼 후삼삼(前三三 後三三) 이라는 것입니다. 이 법문은 유명한 <벽암록(碧巖錄)> 백칙(百則)에도 들어 있습니다. 이것은 문수보살이 말씀하신 이야기입니다.

무착 문희(無着文喜)선사가 문수보살을 친견하려고 중국의 오대산에 갔다가 금강굴 앞에서 웬 영감 한분을 만났습니다. 그 영감을 따라가니 아주 좋은 절이 있어서 그절에 들어가 영감과 마주 앉아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영감이 물었습니다.

“남방 불법은 어떻게 행하는가(南方佛法 如何住持)?”

“말세 중생이 계행이나 지키고 중노릇 합니다.(末法比丘 小奉戒律).”

“절에는 몇사람이나 모였는고(多小衆)?”

“삼백 혹은 오백 명 모여 삽니다(或三百 或五百).”

무착스님도 한마디 묻고 싶었습니다.

“여기는 불법이 어떠합니까(此間如何住持)?”

“범인과 성인이 같이 살고, 용과 뱀이 섞여 살지(凡聖同居 龍蛇混雜).”

“그럼 숫자는 얼마나 됩니까(多小衆)?”

“앞으로도 삼, 삼, 뒤로도 삼, 삼이지(前三三 後三三).”

‘용과 뱀이 섞여 살고 범인과 성인이 같이 산다’는 말은 보통으로 들으면 그저 그런 것 같지만 그 뜻이 깊은 곳에 있습니다. 겉말만 따라가 다가는 큰일납니다. 무착 선사는 그 말뜻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노인과
작별하고 나와 돌아보니 절은 무슨 절,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게송을 읊었습니다.

廓周沙界聖伽監(곽주사계성가감) 시방세계 두루 성스러운 절
滿目文殊接話談(만목문수접화담) 눈에 가득히 문수와 말을 나누나
言下不知開何印(언하불지개하인) 당시는 무슨 뜻을 열었는지 모르고
廻頭只見翠山巖(회두지견취산암) 머리를 돌리니 다만 푸른,산 바위뿐이더라.

그 후에 또 문수보살을 친견하여 법문 들은 것이 있습니다. 불교 선문에서 흔히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若人靜坐一須臾(약인정좌일수유) 누구나 잠깐동안 고요히 앉으면
勝造恒沙七寶塔(승조항사칠보탑) 강가 모래같이 많은 칠보탑을 만드는 것보다 낫도다.
寶塔畢境碎薇塵(보탑필경쇄미진) 보배탑은 끝내 무너져 티끌이 되거니와
一念淨心成正覺(일념정심성정각) 한생각 깨끗한 마음은 부처를 이루는도다.

이 게송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그 출처를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이것은 무착 문희 선사가 오대산에 가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문수보살이 ‘직접’ 무착스님에게 설한 법문입니
다. 그러니 관세음보살뿐 아니고 문수보살 같은 그런 대보살들도 32응신만이 아니라 삼백, 삼천, 또 몇천억 화신을 나툴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불법을 성취하여 대 해탈부사의 경계를 얻을 것 같으면 문수보살도 될 수 있고, 관세음보살도 될 수 있고, 보현보살도 될 수 있으며, 32응신이 아니고 백, 천 화신을 나타내어 자유자재하게 일체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수보살을 보는 가장 유명한 성지가 중국의 오대산인데 그곳에 가서 실제로 친견한 기록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보면 신라 시대 자장스님이 중국에 갔을 때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법문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 뒤 스님은 귀국하여 불교를 위해 여러가지를 하시다가 나중에 태백산 정암사에서돌아가셨는데, 그 때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문수보살이 직접 스님을 찾아왔지만 그만 시자들의 실수로 친견 못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문수보살이 사자를 타고 나타나는가 하면, 노인으로 또는 동자(董子)가 되어 나타나는 수도 있고 여러가지로 몸을 나투어 배유로써 중생을 교화합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신심이 있고 오대산에 가서 기도
를 많이 하는 사람이면 문수보살을 직접 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오대산에 가야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낙가산에 가야만 관세음보살을 친견할 수 있는가? 아닙니다.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항상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爲度衆生故(위도중생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方便現涅槃(방편현열반) 방편으로 열반을 나타내지만
而實不滅道(이실불멸도) 내가 실제 죽는 것 아니고
常住此說法(상주차설법) 항상 여기서 법을 설한다.

‘상주차설법(常住此說法)’이라 함은 항상 여기 계시면서 설법하시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란 시방 세계로서 처처가 ‘여기’입니다. 꼭 영축산만 여기가 아닙니다. 보타산이 어느 곳일가? 사람 사람의 신심이 보
타산입니다. 철저한 신심으로 기도를 하면 어디든지 나타납니다. 관세음보살이 나타나는 곳이 보타산입니다. 문수보살 나타나는 곳이 오대산입니다. 오대산이 따로 없고 보타산이 따로 없으니, 사람마다 그 신심에 있습니다.

신심! 오직 신심으로 공부도 기도도 하면, 누구든지 살아서 관음도 문수도 볼수 있으며 산 부처님도 볼 수 있습니다.

性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