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해탈의 길 07. 이계위사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최후로 부촉하셨다.

“내가 설사 없더라도 계를 스승으로 삼아 잘 지키면 내가 살아 있는 것과 같으니, 부디부디 슬퍼하지 말고 오직 계로써 스승을 삼아 열심히 공부하라. 너희가 계를 지키지 못하면 내가 천년 만년 살아 있더라도 소용이 없나니라.”

지당한 말씀이다. 계는 물을 담는 그릇과 같다. 그릇이 깨어지면 물을 담을 수 없고, 그릇이 더러우면 물이 깨끗하지 못한다. 흙그릇에 물을 담으면 아무리 깨끗한 물이라도 흙물이 되고 말며, 똥그릇에 물을 담으면 똥물이 되고 만다. 그러니 계를 잘 지키지 못하면 문둥이 같은 더러운 사람의 몸도 얻지 못하고 악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러니 어찌 계를 파하고 깨끗한 법신을 바라리오. 차라리 생명을 버릴지언정 계를 파하지 않으려는 것이 이 때문이다.

자장율사는 신라 귀족의 아들로서 사람됨이 하도 훌륭하여, 국왕이 속인으로 환속케 하여 대신으로 삼으려고 자주 사신을 보냈다. 그러나 아무리 간청하여도 오지 않으니 왕이 크게 노하여 사신에게 칼을 주며 ‘몰을 베어 오라’고 하였다. 사신이 가서 전후사를 자장스님께 알리니, 스님은 웃으며 말하였다.

“나는 차라리 하룻동안이라도 계를 지키다 죽을지언정, 계를 파하고서 백년 동안 살기를 원치 않노라.”

사신이 이 말을 듣고 차마 죽일 수 없어 왕에게 돌아가 사실대로 아뢰니, 왕도 노기를 거두고 더욱 스님을 존경하였다.

고인이 말씀하셨다.

“알고서도 되를 지으면 산 채로 지옥에 떨어지나니라.”

수도인은 더욱 명심하고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황하수 서쪽으로 거슬러 흘러
곤륜산 정상에 치솟아 올랐으니
해와 달은 빛을 잃고
땅은 꺼져 내리도다.
문득 한번 웃고 머리를 돌려서니
청산은 예대로 흰구름 속에 섰네
–퇴옹당 성철선사의 ‘오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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