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사밧티의 녹자모 강당(鹿子母講堂)에 계실 때였다. 바라문 출신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여 출가한 바셋타와 바라드바자에게 부처님은 물으셨다.
“바라문 중에서도 뛰어난 너희들이 집을 버리고 출가 사문의 생활을 하니 바라문들이 혹시 너희를 보고 비난하지 않더냐?”
바셋타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 바라문들은 남을 멸시하는 버릇으로 저희를 비난하며 욕하고 있습니다.”
“어떤 말로 비난하고 욕을 하더냐?”
“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 중에 바라문만이 가장 높은 종족이고 그 밖에는 다 하잘 것 없은 낮은 종족이다. 바라문은 살빛이 희고 다른 종족은 살빛이 검다. 바라문만이 오직 순수한 범천(梵天)의 혈통을 받은 종족이다. 바라문만이 범천의 입에서 나왔고 범천에 의해 창조되었으며 범천의 상속자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고귀한 계급을 등지고 미천한 계급의 사람들과 가까이 사귀고 있으니 그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다. 머리 깎은 사문 가운데는 범천의 발에서 나온 천한 자들도 있지 않느냐.’ 이러한 말로 저희를 비난하고 욕합니다.”
“바셋타, 그러나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지 않느냐. 바라문도 시집가고 장가가며 여인은 임신해서 아이를 낳고 있지 않더냐. 그들의 출생도 다른 사람과 꼭 같으면서 어떻게 바라문만이 최상의 종족이고 범천의 입에서 나왔으며 범천의 상속자라고 남을 욕하고 업신여긴단 말이냐. 세상에는 왕족과 바라문과 평민과 노예 등 네 가지 계급이 있다. 그러나 왕족이라고 해서, 남의 생명을 해치고 재산을 약탈하거나 음란한 짓을 하고 거짓말과 이간질, 악담을 하며 탐욕과 성냄과 그릇된 소견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도 또한 죄를 범하게 되며 그 갚음을 받게 된다. 바라문이나 평민 노예도 이와 마찬가지다.
또 왕족이 남의 생명을 해치지 않고 약탈과 음행과 거짓말과 이간질, 악담, 탐욕, 성냄 등에서 벗어나 바른 견해를 지녔다면, 그것은 착한 일이며 착한 갚음을 받게 된다. 이것은 바라문이나 평민이나 노예도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바라문만이 최상의 종족이요 나머지는 미천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네 가지 종족이나 계급은 그 사람의 혈통이나 신분으로서 차별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다. 누구든지 번뇌가 없어지고 청정한 계행이 성취되어 생사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완전한 지혜을 얻어 해탈의 도를 이루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사성(四姓)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진리만이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 태생이 다르고 이름이 다르고 성이 다르고 가계가 다르더라도 너희가 출가하여 집을 버린 수행자가 되었을 때 저 바라문들이 ‘너희는 무엇이냐?’고 묻거든 ‘우리는 샤카족의 자손이다. 사카무니의 진정한 아들이다. 우리는 그의 입에서 나왔으며 법에서 났으며 법의 상속자이다.’ 라고 대답하여라.
너희는 여래를 의지하여 새로 얻어 성취된 청정한 계행의 몸이요, 선정의 몸이요, 지혜의 몸이요, 해탈의 몸이요, 해탈지견의 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