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까마귀의 본생
『옛날 바라나국에 까마귀 8만 마리가 있었다. 그 가운데 유독 몸이 빛나고 큰 까마귀 왕이 있고 그의 부인이 있었는데 이름을 수파트라(善子) 수파아르류바아(善女)라 불렀다.
부인 까마귀가 임신 중 궁중의 향기롭고 깨끗한 음식이 먹고 싶어 견디다 못해 병이 났다.
몸이 마르고 모양이 초췌하여 벌벌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왕이 물었다.
「당신은 어찌하여 갈수록 몸이 마르고 모양이 초췌해집니까? 궁중음식이란 구중궁궐에 있는 것인데 우리 같은 축생이 어떻게 감히 그런 곳을 침범할 수 있겠소 설사 침범한다 하더라도 임금님께서 잡수시는 음식을 어떻게 우리가 취해 먹을 수 있겠소」
「그렇지만 먹고 싶은걸 어떻게 합니까 ? 」
들은 즉 딱할 뿐이었다.
왕 까마귀가 기분이 좋지 않아 홀로 턱을 고이고 근심하는 것을 보고 다른 한 마리의 가마귀가 와서 물었다.
「임금님, 어찌 하여 요즈음 안색이 좋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
「너도 들으면 필시 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니 차라리 나나 근심할 뿐이다 」
「대왕님도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대왕님께서 하실 수 없는 일이 무엇이 있습니까?」
「그러니 너무 상심 마시고 말씀이나 해 보십시오.」
왕은 비로소 전후의 사정을 소상히 일러주었다. 까마귀는 듣고 있다가,
「그런 것 같으면 진작 말씀하시지 않고 제가 그것을 구해 오겠습니다. 」
「그렇다면 참으로 고맙다. 」
이렇게 하여 그 까마귀를 궁중음식을 구해오는 사자로 보냈다. 까마귀는 아침 일찍 대왕님의 처소에 나아가 한쪽에 숨어 앉았다. 사방을 살펴본즉 커다란 니그로다 나무가 있는 근처에서 도마 소리가 들려왔다. 가 보니 바로 그 곳이 임금님의 소찬을 만드는 주방이었다.
마침 밥을 가지고 가는데 한 소녀가 둥근 상에 여러 가지 음식이 든 상을 들고 임금님의 처소로 옮겨간다.
점심때가 되어 다시 그러한 방법으로 음식을 옮겨가는 것을 본 까마귀는 불이나케 좇아가 그 소녀 머리 위에 앉아 코끝을 쪼았다.
별안간에 당한 일이라 이 소녀는 깜작 놀라 그 상을 땅에 떨구었다.
그릇은 산산 조각이 나고 음식은 여기저기 흩어졌다.
까마귀는 얼른 그 소녀가 그릇을 만지는 순간 맛있는 음식을 한 아름 앉고 본처로 돌아와 까마귀 임금께 바쳤다.
왕비 까마귀는 그것을 먹고 곧 회복되어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 까마귀는 이러한 방법으로 몇 번을 계속해 음식을 물어 왔는데 임금님께서는 그물을 던져 그 까마귀를 사로잡게 하였다. 까마귀는 여지없이 잡히고 말았다.
그러나 너무나도 태연한 까마귀는 그저 눈알만 깜박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너 이놈, 너는 무슨 까닭으로 자주 나의음식을 더럽히고 사람을 쪼아 상처를 내는가?」
「예, 저는 저의 대왕마마를 위한 충성 일뿐 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
하고 그간의 소식을 상세히 일렀다. 왕은 듣고 감탄하며,
「희유하다. 검정 까마귀여, 겉은 검었어도 속은 검지 않구나. 겉 희고 속 검은 사람보다 백배나 나은 영물이로다. 」
하고,
「오늘부터는 너의 몫을 따로 한상씩 줄 터이니 너도 먹고 임금님도 잘 봉양 하도록하라. 」
하고 주방 사람들에게 그렇게 명령하였다. 』
< 불본행집경 제오십이(佛本行集經 第五十二)>
이 설화는 부처님 제자 우다이가 부처님의 아버지 정반왕을 설복하여 불법을 전하게 된 연유를 밝힌 것이다.
부처님이 출가 6년 고행 끝에 성도를 하고 다시 많은 제자를 기르기 12년, 드디어 본국에 돌아왔으나 직접 궁중에 들어가지 않고 제자 우다이를 보내 먼저 부왕으로 하여금 불법의 대강을 듣게 한 후 비로소 나아가 대왕을 교화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그때의 까마귀 임금님은 오늘 바로 나이고 궁중에 들어가 음식을 물어온 까마귀는 존자 우다이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