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를 좋아하다 출가한 수행자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어떤 비구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그 아들 범여 왕자와 바라나시의 어떤 장자의 아들 마하다나 대부(大富)와는 놀이 친구로 그 사이가 매우 좋을 뿐 아니라, 또 같은 선생 집에서 모든 학예를 공부하였다.
왕자는 그 아버지가 죽은 뒤에 왕위에 올랐다. 장자의 아들도 여전히 그 결에 있었다.
그런데 바라나시에 어떤 아름다운 거리의 창녀가 있었다.
그는 미인일 뿐 아니라 또 매우 부유하였다.
그 장자의 아들은 날마다 천금을 주어 그녀와 함께 즐기면서 그 아버지가 죽고 장자의 지위를 얻은 뒤에 그녀를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날마다 세 번씩 왕에게 문안 갔다.
그런데 어느 날은 저녁때 문안 가서 왕과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해가 저물어 어둡게 되었다.
그는 왕궁에서 물러나왔으나 집으로 갔다가 다시 나올 시간이 없어 그 창부의 집으로 바로 가기 위해, 종자들은 집으로 돌려보내고 혼자서 그녀의 집으로 갔다.
그 때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물었다.
「나리님, 천금을 가져오셨습니까.」
「오늘은 사정이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집에는 가지 않고 종자들을 돌려보내고 나 혼자 오는 길이다.
내일 2천금을 주면되지 않느냐.」
하고 하였다. 그녀는
「만일 내가 오늘 그대로 승낙하면 다음날도 빈손으로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 재산은 없어지고 말 것이다. 오늘은 승낙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돈을 내야 합니다.」
하고 시종들을 시켜 그 앞에 서지도 못하게 하였다. 그는 생각하였다.
「나는 이 여자를 위해 8천만금을 허비했다. 그런데 단 하루 동안 빈손으로 왔다하여 그녀는 내 목덜미를 쫓아내었다. 여자란 얼마나 죄 많고 뻔뻔스러우며 은혜를 모르고 벗을 파는 무리인가.」
그는 여자의 부덕(不德)을 곰곰히 생각하고 마침내 애욕을 버리려 하였다.
그리고 세상이 싫어졌을 뿐 아니라, 가정생활에도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집에도 가지 않았거니와 왕도 뵈옵지 않고 성을 나와 숲 속으로 들어가 항하가에 초막을 짓고 수행하여 선정과 신통의 힘을 얻고 나무뿌리와 과일을 먹으며 살고 있었다.
그가 보이지 않으므로 왕은 시신들에게 물었다.
「내 친구는 어디 갔는가.」
그 창녀의 소행이 성내에 퍼졌으므로 시신들은 그 사실을 왕에게 아뢰었다.
그리고 말했다.
「대왕님, 이런 사정으로 그는 창피스러워 집에도 가지 않고 숲 속으로 들어가 중이 되었다고 합니다.」
왕은 창녀를 불러 물었다.
「내 들으니 너는 하루 동안의 천금을 받지 않았다 하여 내 친구의 목덜미를 잡아 쫓아내었다는데 사실인가.」
「대왕님, 사실입니다.」
「이 죄 많은 여자야, 빨리 가서 내 친구를 데려오너라. 만일 데려오지 않으면 네 목숨은 없다.」
그녀는 왕의 말을 듣고 못내 두려워하여 수레를 타고 많은 시녀들을 데리고 성을 나가 그의 간 곳을 찾다가 소문으로 그 곳을 알고 거기 가서 그에게 인사하고는
「나리님, 이 눈멀고 우둔한 짓을 용서해주십시오.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간원하였다.
「그래, 용서해 주리라 나는 너를 나무라지 않는다.」
「만일 용서해 주신다면 나와 함께 이 수레를 타십시오. 성내로 가서 우리 집 재산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그는 그녀의 말을 듣고
「여자야. 나는 지금 너와 함께 갈 수 없다. 그런데 만일 내가 이 세상에 살아 있어서는 안 될 그런 경우가 되면 가리라.」
「그때가 언제입니까?」
「항하에는 흰 연꽃 고요하고 할미새는 진주처럼 희며 염부나무에 다라 열매 맺으면 때가 바로 그때니라.」
「이해가 잘 안됩니다.」
「만일 거북의 털로 짠 세 겹 옷이 생기어 그것으로 겨울옷 입을 때,
모기 이빨로 망루(望樓)를 잘 만들어 그것이 견고하여 움직이지 않으면,
토끼의 뿔로 사닥다리 잘 만들어 하늘에 오를 뜻이 생기면,
쥐가 사닥다리를 올라 저 달을 쪼아 그 라후를 능히 떨어뜨리면,
파리가 떼를 지어 술통만 휩쓸고 불타는 숯 뒤에 않으면,
저 나귀 가붉은 입술을 갖추고 아름다운 얼굴로 능히 춤추고 잘 노래하면,
저 까마귀와 올빼미가 그들이 가만히 속삭이며, 서로 정다이 재갈거리면,
어린 나무 새 잎의 그 그늘이 짙어 비를 잘 막아 주면,
어떤 새가 저 간다마다나산을 그 부리로 몰고 간다면,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모든 기구와 닻줄과 함께 어떤 애가 잘 가지고 가면,
그 때에 실로 그 때에, 나는 가리라」
이 말을 듣고 그녀는 보살에게 용서를 빌고는 성내로 들어가 왕에게 그 사정을 아뢰고 살려 달라고 빌어 용서를 얻었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시고『그 때의 그 왕은 지금의 저 아난다요, 그 수행자는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