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불의 전생이야기
이 이야기는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큰 해탈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마갈타왕이 왕사성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그 왕자로 태어나 그 이름을 범여 왕자라 하였다. 그가 탄생하던 날에 그 왕의 사제의 아들도 낳았다.
그는 얼굴이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에 이름을 다리무카라 하였다.
그들은 다 같이 궁중에서 자라면서 친한 벗이 되었다.
그들은 16세가 되었을 때, 득차시라로 가서 온갖 학예를 배웠다.
그리고도 다시 그들은 갖가지 법칙과 기술과 또 각국의 풍속과 습관을 알기 위해 마을을 넘고 도시를 돌아 마지막에는 바라나시로 가서 어느 절에 머물렀다.
그 이튿날 그들은 나가 바라나시의 거리를 행걸하며 다녔다.
그 때 어떤 집에서는 바라문들에게 음식을 공양하고 그 가르침을 들으려고 죽을 끊이고 자리를 준비하고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이 두 사람이 행걸하며 다니는 것을 보고 바라문이 왔다고 생각하여, 이들을 그 집으로 청하였다. 보살의 자리에는 새하얀 비단을 깔고 다리무카의 자리에는 새빨간 모표를 깔았다.
다리무카는 그것을 보자,
「이제는 내 벗은 바라나시의 왕이 되고 나는 그 장군이 될 것이다.」
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거기서 공양하고 설법하여 그들에 무한한 법열을 주고는 떠나 왕의 동산으로 돌아왔다.
보살은 아름다운 왕의 의자에 앉고 다리무카는 또 그 다리를 만지면서 그 결에 앉아 있었다.
그 때는 바라나시의 왕이 죽은 지 이렛만이었다.
사제는 왕의 장례를 치뤘다.
그런데 그 왕에게는 왕자가 없었기 때문에 이렛 동안 상차(喪車)를 내었다.
그 상차는 수도를 떠나면서 네 군사 의장병의 호위를 받고 수천의 악기를 울리면서 그 동산 문전에 이르렀다.
다리무카는 그 악기 소리를 듣고
「저 상차는 내 벗한테로 온다. 이제 벗은 왕이 되어 내게 장군의 지위를 줄 것이다.
그러나 내게 어찌 속인 될 뜻이 있겠는가. 나는 차라리 출가하리라.」
하고, 보살에게는 한 마디 말도 없이 어떤 곳에 숨어서 서 있었다.
사제는 동산 입구에 차를 세우고 동산 안으로 들어가 아름다운 왕의 의자에 앉아 있는 보살을 보았다. 그러고 그 발에 길상의 상이 있음을 보고
「저이는 그 주위에 2천 개의 섬이 있는 사대주(四大洲)의 왕이 되기에 충분한 위덕의 상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용기가 어떨까.」
의심하여 모든 악기를 한꺼번에 크게 울렸다.
보살은 눈을 뜨고 그 얼굴에서 수건을 벗겨 대중을 바라보다가 다시 수건으로 얼굴을 덮고 잠깐 동안 옆으로 누워 있었다.
사제는 그 무릎을 굽히면서
「성자님, 당신이 왕위에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고 하였다. 보살은 물었다.
「여보게, 참으로 그 왕에게는 왕자가 없었던가.」
「그렇습니다. 성자님.」
「그러면 좋다.」
하고 승낙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곧 그 동산에서 관정식을 행하였다.
그는 그 위대한 영광 때문에 다리무카의 일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는 수레를 타고 대중에 둘러싸이어 성내로 들어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궁성 문 앞에 이르렀다.
문무백관들의 환호를 받으며 계단을 올라갔다.
그 때에 다리무카는 동산에 아무도 없음을 알고 거기 가서 왕의 돌평상에 앉아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마른 나뭇잎 하나가 펄펄 날려 떨어졌다.
그는 그것을 보고 모든 것의 덧없음을 느끼고 법인을 깨달아, 대지를 진동시키면서 벽지불의 경지를 깨쳐들어 갔다.
그 순간 그의 거사의 모양은 사라지고 그 신통의 불가사의한 의발이 허공에서 내려와 그 몸에 붙었다.
그리하여 그는 곧 여덟 가지 도구를 모두 갖추고 행주좌와의 위의를 이루어 백살난 장로처럼 되어 신통력에 의해 허공을 날아 설산에 있는 난다무라 굴속으로 갔다.
보살은 정법으로 나라를 다스려 그 큰 명성은 사방에 퍼졌다.
그 명성이 너무 컸기 때문에 도리어 4년 동안 다리무카를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4년 만에 그는 그를 생각하고
「내 벗에 다리무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지금 어디 가서 있을까.」
고 그를 몹시 보고 싶어 했다.
그리하여 그는 궁중이나 또는 대중 앞에서
「내 친구 다리무카가 지금 어디 있는지 그 주소를 알리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그에게 큰 명예를 주리라.」
하고 공고 하였다. 이렇게 끊임없이 그를 생각 하면서 마침내 다음 10년이 지났다.
벽지불이 된 다리무카도 50년이 지난 뒤에 또 왕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 왕도 자기를 생각하는 줄을 알았다.
「이제 그는 노경에 가까웠다. 그리고 많은 왕자와 왕녀를 두고 있다.
거기 가서 설법하여 그를 출가시키리라.」
그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가만히 생각하면서 신통력으로 허공을 날아 동산에 이르러 황금상(黃金象)처럼 그 돌 평상에 앉아있었다.
동산지기는 그를 보고 가까이 가서 물었다.
「현자여, 당신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난다무라 굴에서 왔소.」
「당신 이름은 무엇입니까.」
「벗이여, 나는 벽지불 다리무카요.」
「현자여, 그러면 당신은 우리 임금님을 아십니까.」
「그렇소. 우리가 거사로 있을 때 우리는 매우 친한 벗이었소.」
「현자여, 그러면 우리 대왕님은 당신을 몹시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나는 지금 당신이 오셨다는 것을 대왕님께 알리겠습니다.」
「그러시오. 빨리 알려주십시오.」
동산지기는 곧 가서 그가 와서 돌평상에 앉아 있다는 것을 왕에게 알렸다.
왕은
「아아, 우리 벗이 나를 찾아왔구나, 나는 빨리 가서 그를 만나리라.」
하고 곧 보배 수레를 타고 대중의 호위를 받으며 동산으로 나가 벽지불에게 경례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벽지불은 그에게 묻고 말했다.
「범여왕님, 당신은 정법에 의해 나라를 다스리고 있습니까. 삿된 법은 유행하지 않습니까.
재물을 위해 인민을 압박하지 않습니까.
보시 등 선근(善根)을 쌓고 계십니까, 어떻습니까. 범여왕님, 당신은 벌써 노경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모든 욕심을 끊고 출가하여 도를 닦으십시오.」
이 말을 듣고 왕은 자신이 번뇌로 말미암아 스스로 결박되어 있음을 말하여 다음 게송을 외웠다.
「나는 결박과 집착과 장애와
그리고 애욕 속에 빠져 있나니, 바라문이여,
나는 명욕(名欲)에 덮이어, 저 무서운 모든 상(相)을 끊을 수 없네
그러나 나는 항상 정진하여 선근 쌓으리.」
보살(왕)은 이렇게 출가하기 어렵다고 말하였으나 벽지불은 단념하지 않고 다음 게송으로 설법하였다.
「애욕의 삿된 생각에 가득 찬 중생에게는
자비에 충만한 그 벗의 권유도 부질 없는가
이 세상 즐겁다 항상 생각하면서
흘러 도는 이 세상에 우치한 사람은 늘 빠져 있네
그런 중생은 저 무서운 지옥에 떨어진다.
깨끗하고 더럽고가 모두 더러운 똥, 오줌에 가득 차 있다.
그런 중생들은 내 몸에 집착하여 탐욕을
끊지 못하고
탐욕 속에 있으면 그들은 탐욕을
떠나지 못한다.」
그리고 다리무카는 다시 벽지불(壁支佛)로 다음 게송으로 수태(受胎)와 태동(胎動)과 또 출산(出産)의 고통을 설명하였다.
「더러움에 덮이고 오혈(惡血)에 더럽히며
양수(羊水)에 더럽히면서 태에서 나오나니
그러므로 이 몸에 닿은 것 모두
그것은 불쾌하고 고통의 원인되네
이것은 내 일찍 본 것을 말함이요,
들은 말이 아니네
옛날에 지은 갖가지 나쁜 업을 돌이켜 생각하네.」
벽지불은 모든 탐욕에 대한 죄장을 말하고 다시 그것을 해석하였다.
「왕님, 당신이야 지금 출가하든지 혹은 출가하지 않든지 그것이야 어쨌든, 나는 이미 모든 욕심에 사는 것은 고통이요, 출가하는 것은 행복이라고 당신에게 말하였소.
당신은 이제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오.」
이렇게 충고하고 그는 금빛 거위처럼 허공에 올라 구름 속에 사라져 난다무라 굴로 돌아갔다.
보살은 열 손가락을 합장하여 높이 들고 그 모습이 보일 때까지 귀의하고서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왕자를 불러 국정을 맡기고, 대중이 슬피 우는 속에서 모든 애욕을 끊고 출가하여 설산에 들어가 초막을 짓고 선인의 도에 들어가, 이내 신통력과 선정력을 얻었다.
그리하여 목숨을 마치고는 범천세계에 났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네 가지 진리를 설명한 뒤
『그 때의 그 왕은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