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의 악룡퇴치

원숭이의 악룡퇴치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說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곳에 젊은 대국(大國)의 왕이 있었다.

백성을 보는데 귀천의 구별을 두지 않고, 평등한 사랑을 가지고 그들을 애호(愛護) 했으므로, 인군(仁君)의 이름이 원근으로 울려퍼져 즐거워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이에 반하여, 왕의 늙은 종도(宗徒)는 이웃 나라의 왕이었는데, 대단히 탐욕스러운 사람으로 흉포(凶暴)를 부려 강건을 뽐내고 있었으므로 뜻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 무도(無道)함을 한탄(恨嘆)하고 있었다.

늙은 왕은, 젊은왕의 자비스러움에 힘입어, 그 나라를 공격하여 뺏어버리려고 계획했다. 이 일을 안 젊은 왕의 신하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리나 늑대가 되어 귀함보다도 인자(仁者)가 되어 천한 것이 도리어 났겠다.』

백성들도 모두 부르짖었다.

『유도(有道)한 자 아래 짐승이 될지언정, 무도(無道)한자 아래의 백성이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뽑고 뽑은 정병(精兵)을 가지고 공격해 오는 적군을 격파(擊破)하려고 용감하게 진격했다.

젊은 왕은 높은 누대에 올라가 이 광경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왕비에게 고했다.

『나 한사람 때문에, 만민의 목숨을 상하게 할 수는 없다. 만일 싸우면 나라는 깨어지고 백성은 죽는다. 국가는 회복하기 어렵고 사람은 얻기 힘들다 오히려 내가 이 나라에서 피해 없어지면 국가는 평안하고 백성은 태평할 것이다.』

왕비는 왕의 말에 따라 왕과 함께 나라를 버리고 멀리 산림에 숨어버렸다. 얼마 후 노왕(老王)은 이 나라를 점령하여 악정(惡政)을 폈다.

이 때문에 충신은 살육(殺戮)당하고 마음에 좋지 않은 아첨자(阿諂者)들이 등용 당해, 백성은 모두 학정(虐政)에 괴로워하고 옛 임금의 인정(仁政)을 생각하는 정은, 효자가 자모(慈母)를 그리는 것과 같았다.

그때 바다에 마음이 나쁜 용(龍)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아름답고 젊은 왕비를 뺏으려고, 도사로 둔갑해서까지 손을 모아 단좌(端座)하여 근엄한체 목을 구부리며 좌선수행(坐禪修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젊은 왕은 이것을 보고 매일 나무열매 들을 따서 공양하고 존경했다.

용은 젊은 왕이 없는 틈을 타서 왕비를 훔쳐 자기집으로 도망쳐 가려고 산과 산 사이의 샛길로 접어들었다. 마침 그때에 산에 한 마리의 큰 새가 있어, 날개를 벌리려 길을 막고 싸움을 걸었다.

용은 즉시 번개가 되어 새의 바른편 날개에 일격을 가하고는 왕비를 잡아끼고 무사히 바다속으로 도망쳐갔다.

한편, 왕이 나무 열매를 따가지고 돌아왔을 때, 왕비가 거기에 없었으므로.

『과거의 세상에 악행의 업보(業報)가 왜 이다지도 계속하여 화(禍)를 몰고 오는가.』

라고 왕은 슬프게 솟아오르는 눈물을 삼키며, 마음을 다잡아 먹고, 사랑하는 왕비를 찾으려고 활과 살을 짊어지고 이 산 저 산을 뛰어다녔다.

큰 시냇물을 따라 산속 깊숙이 들어간 왕은 거기에서 한 마리의 큰 원숭이가 심히 슬퍼하고 있는 것을 만났다. 자비심이 깊은 왕은 친절하게 위로하고 그 이유를 물었다.

『나는 슈우토와 어깨를 겨누는 한편의 원숭이의 왕이었습니다만, 슈우토는 수가 많은 것을 미끼로 내 배하(配下)에 있는 것들을 빼앗아 갔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또 이런 산골에 들어오셨습니까?』

원숭이와 비슷한 지금의 자기의 형편을 생각하여 왕은 말했다.

『나도 너와 같은 처지이다. 거기에다가 왕비마저 어느 놈에게 빼앗기어 이제껏 그 행방을 모르고 있다.』

『당신이 내게 가세(加勢)하여 배하의 것들을 찾아주신다면, 제가 기필코 왕비님을 찾아드리지요.』

왕은 원숭이의 청을 받아들여 다음날 슈우토의 원숭이와 싸웠다.

슈우토는 멀리 왕의 용자(勇姿)를 보고 겁에 질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쳐 버렸다. 백하는 단번에 원숭이의 손에 돌아왔다.

『이 임금님의 왕비가, 이 산중에 길을 일은 듯 그 행방을 모른다. 너희들은 은혜의 보답으로

힘껏 찾아드려라.』

원숭이왕에게 명령을 받은 부하 원숭이들은 날쌔게 뛰어 다니며 온 산을 뒤졌다. 그러자 한 곳에서 날개를 다친 큰 새를 만났다.

『그 왕비라면 용이 훔쳐 갔습니다. 나는 악룡을 퇴치하려고 싸웠습니다만 힘이 미치치 못하여 이렇게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 용은 지금 바다 저쪽 큰물에 있습니다.』

라고 말을 마치자 큰 새는 숨이 끊어져 버렸다.

이 소식을 들은 젊은 왕과 원숭이 일대는 산을 내려 해변가로 갔으나 이제부터 나아갈 일이 막막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때 하늘의 제석(帝釋)은 그들을 가엾게 생각하여 한 마리의 작은 원숭이로 둔갑하여 동료 속에 끼어들어,

『이 많은 수로 바다를 건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협력해서 돌을 날라 메워버리면 문제없이 저 쪽 해변에 닿을 수가 있다.』

라고 외쳤으므로 원숭이왕은 그 재기에 감심하여 감독의 책임을 맡기고 공사를 시작하여 수 일 안에 바다를 건너 용왕의 나라를 포위했다.

용왕은 독(毒)안개를 깔아서 쳐들어오는 적을 괴롭혔다. 원숭이의 무리는 모두 독에 쏘여 쓰러졌으므로 두 왕은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그러자 작은 원숭이는.

『모두 병이 들었다고 그렇게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라고 말하고 무엇인지 약을 들고 다니며 코로 맡으라고 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일동은 전보다 갑절의 기운이 나서 싸웠다. 용은 또 바람을 일으키고 구름을 깔아 해를 가렸으므로 하늘은 칠흑같이 어두어지고 번갯불은 산더미 같은 성난 파도를 쳐서 마치 천지가 깨어져 나가는듯한 광경을 보였다.

이것을 본 작은 원숭이는 또 말했다.

『젊은 왕이여! 당신은 궁술(弓術)이 뛰어났습니다. 저 번갯불이 용이오니, 겨냥을 하셔서 저 빛을 쏘십시오. 그러면 원흉(元兇)을 퇴치하여 백성을 위해서 또 우리들을 위해서도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왕은 신불(神佛)외우며, 활시위를 당겨 힘껏 쏘았다.

살은 어김없이 용의 가슴에 꽂혀, 벼락과 같은 큰 소리를 내고 용은 땅에 떨어져 죽었다.

작은 원숭이는 곧바로 뛰어올라 용성의 문을 열고 왕비를 구해낼 수가 있었다. 일동은 신이 나서 환호성을 울리며, 개가(凱歌)를 부르는 속에 젊은 왕과 원숭이왕은 먼저 있던 산으로 되돌아와 서로 사의를 표했다.

한편 때 마침 늙은 왕은 병으로 죽어버렸다. 뒤를 이을 왕자가 없었으므로, 백성은 사방으로 쫓아다니며 옛 임금을 찾았다.

그리하여 이 산중에서 군신상견(君臣相見)하여 환희의 눈물에 젖었다.

오랜만에 고국에 돌아온 젊은 왕은 종도의 구여지도 합쳐서 인정을 베풀었으므로 만민은 신왕의 만세를 외치고 길가는 행인들도 모두 만족과 희망으로 미소 지었다.

왕은 홀로 불안한 마음을 왕비에게 고했다.

『여자가 남편을 떠나 비록 하룻밤을 지내도, 많은 사람들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본다. 하물며 열흘도, 한달도 다른 곳에 가 있어서 뭐라고 할는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왕이여, 더러운 독룡의 바위굴에 감금되었어도 연꽃이 진흙 속에서 깨끗이 피어나듯 정조를 지켰습니다. 이 말에 거짓이 없다면 땅이 갈라질 것입니다.』

라고 말을 마치자 뜰 앞의 땅은 단번에 갈라져 버렸다.

『왕이여! 제 말을 믿어주십시오.』

『왕비여, 정주 결백은 진정한 승려의 길이다. 그대를 믿자!』

이후부터 왕의 훈화(薰化)는 온 나라에 울려퍼져 상인은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무사는 훈록(勳祿)을 사양하며 귀인(貴人)은 하민(下民)을 업신여기지 않고, 강자는 약자를 도왔다.

또한 왕비의 덕풍(德風)은 음부(淫婦)도 정조를 지키고, 목숨을 바쳐 정절(貞節)을 지켜 시기하는 자도 신의 존중하여 거짓말하는 자도 진실을 말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젊은 왕은 석존, 왕비는 야쇼다라. 늙은 왕은 데바닷이다.

<六度集經 第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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